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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첼리스트 러시아 로스트로포비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은 2일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작은 기념식을 행했다.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캐나다 밴쿠버로 떠나기에 앞서 열린 이 기념식은 옐친대통령의 말을빌리지 않더라도 「러시아의 민주화와 자유에 대한 애착」을 보여준 행사였다. 기념식의 주인공은 러시아가 낳은 세계적 첼리스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65).
약 20분간 진행된 이 기념식은 지난 91년 8월 친공쿠데타 당시 로스트로포비치와 그의 아내 갈리나 비세네프스카야가 보여준 자유 러시아를 위한 지원활동에 감사하는 옐친대통령과 러시아국민의 정성이 담긴 자리였다.
이 자리는 또 러시아인들의 예술과 예술인들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사랑을 보여준 자리였다.
옐친대통령은 로스트로포비치가 러시아의 자유를 지키고 세계에 러시아 정신의 실체를 보여준 위대함을 기리기 위해 「자유 러시아 수호」 기념메달을 수여한다고 그 의미를 부여했다.
로스트로포비치는 구소련시절인 75년 서방으로 망명했으며, 알렉산드르 솔제니친등 다른 망명 예술가들과 함께 러시아 국민들에게 큰사랑을 받아왔다.
이날 기념식은 러시아인들의 로스트로포비치에 대한 사랑이 표출된 것이다. 로스트로포비치는 망명후에도 자신의 음악혼의 뿌리로 슬라브정신을 한번도 잊은 적이 없다고 말해왔다.
예술의 자유와 생활의 자유를 강조하고 있는 로스트로포비치는 지난 91년 8월 쿠데타 때는 보수파를 맹렬히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연주회를 여는등 러시아의 자유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로스트로포비치는 그동안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연주활동을 하면서 숱한 기념패와 메달을 받아왔지만, 이번에 자유러시아 수호 기념메달을 받기 전까지 러시아로부터는 단 한 개도 받은 적이 없다며 이번 수상의 감격을 토로했다.
또 앞으로도 자신의 연주활동을 통해 고통받는 러시아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러시아 음악애호가들은 로스트로포비치의 수상소감을 들으면서 『오직 러시아에만 있는, 러시아가 아니면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고 느낌을 술회했다. 【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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