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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홈런왕 곤살레스|가난한 고향에 사랑의 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스타의 참모습은 어떤 것일까.
마약과 매음, 가난과 범죄가 뒤끓는 빈민가의 역경을 딛고 미국 프로야구메이저리그 홈런왕으로 성장한 푸에르토리코 출신 후안 곤살레스(23)가 출세길에 나선 후에도 고향을 잊지않고 봉사하는 성실한 자세로 3백인만 푸에르토리코인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으로 92시즌 43개의 홈런을 때려 홈런왕에 오른 곤살레스가 태어난 곳은 푸에르토리코의 대표적 빈민가인 베가바사.
마약 거래상들의 바쁜 움직임만이 거리의 정적을 깨뜨릴 뿐 숙명과도 같은 가난이 마을 분위기를 짓누르는 이곳 베가바사는 경찰도 치안을 포기한 험한 지역.
『경찰이나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별다른 이유없이 총격을 받기 십상이지요. 나도 그곳 태생이지만 그런 위험한 곳에서 살고싶지 않아요.』
곤살레스와 같은 텍사스레인저스팀의 동료 이반로드리게스의 설명이 베가바사가 어떤 곳인지를 단적으로 설명해준다.
그러나 70년대초 비행기사고로 사망한 로베르토클레멘테이후 푸에르토리코가 배출한 최고의 야구선수로 꼽히는 곤살레스는 아직도 부모·아내 재키 등 가족들과 함께 이곳에 거주하며 고향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는 따뜻한 향토애로 푸에르토리코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1m90cm 1백2kg의 당당한 체구로 16세때 텍사스 레인저스에 스카우트된 곤살레스는 시즌이 끝나면 어김없이 고향으로 돌아와 미프로야구에서 번 돈으로 불우이웃을 돕거나 각지의 국민학교를 방문, 꿈나무들에게 용기와 꿈을 심어주는 강연을 하고 있다.
이제까지 곤살레스가 방문한 국민학교만도 52개.
불우한 여건을 탓하기보다 공부와 스포츠에 전념, 가난에서 벗어나자는 것이 곤살레스 강연의 요지.
이같은 곤살레스의 성의가 푸에르토리코 곳곳에 알려져 지난해 홈런왕 타이틀을 따내고 귀국했을 때는 15명의 경찰이 고향 베가바사까지의 길을 안내했고 연도엔 10만명 이상의 군중이 그를 보기 위해 몰려드는 혼잡을 빚기도 했다. <유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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