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첫 합동연설회 빅2 지지자 곳곳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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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 첫 번째 합동연설회에서 이명박.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제주=오종택 기자]


22일 열린 한나라당 합동연설회엔 '빅2'(이명박.박근혜 후보)의 지지자가 수백 명씩 몰려와 세 대결을 벌이다 우격다짐으로까지 이어졌다.

제주시 한라체육관 연설회장에 모인 3000여 명 가운데 곳곳에서 멱살잡이를 하거나 욕설을 주고받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두 후보의 팬클럽 회원 각각 400~500명씩은 연설 시작 두 시간 전부터 피켓.깃발.호루라기를 동원해 요란한 응원전을 펼쳤다.

양측의 충돌은 지지자들이 오후 1시쯤 연단 정 중앙 맞은편 명당 자리 쟁탈전을 벌이면서 비롯됐다. 먼저 기호 1번이 새겨진 흰색 유니폼을 입은 이 후보 지지자 100여 명이 가운데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자 관중석 뒷자리에 앉은 박 후보 지지자들이 거칠게 항의했다.

박 후보 지지자들은 이 후보 측 대학생 지지자들을 겨냥해 "미성년자를 동원했다"며 "내보내" "내보내"를 연호했다. 이에 이 후보 측은 즉각 "못 나가" "못 나가"로 응수했다. 급기야 양 후보 지지자들 간의 경계가 무너졌고 10여 분간 삿대질과 욕설, 멱살잡이를 동반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양측은 가운데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서로 밀치고 상대편의 피켓을 빼앗아 던졌다. 여기저기서 난장판이 벌어졌지만 당에선 통제불능이었다.

당 관계자들이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된 국민을 생각하자"고 자제를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박 후보의 한 지지자는 '100% 필승카드 이명박'이라고 적힌 피켓을 빼앗아 들고 '선거법 위반'이라고 외치며 체육관 단상으로 올라가려다 진행요원들에게 제지당했다.

이 후보 지지자들도 이에 질세라 박 후보 지지자들이 응원에 사용하던 막대풍선을 불법이라며 빼앗아 바닥에 던지기도 했다.

이 후보 연설 때도 양측이 고함을 지르며 충돌을 빚어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당에선 당내 질서를 위해 피켓과 깃발 사용을 금지했으나 지지자들은 듣는 둥 마는 둥이었다.

제주=김정하 기자<wormhol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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