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고위직 수감자 석방 요구할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올 2월 아프가니스탄 동부 지역의 비밀기지에서 무장한 채 사진을 찍은 탈레반 반군들. [로이터=연합뉴스]


한국인 23명을 납치한 아프가니스탄 무장세력 탈레반이 인질 석방 조건으로 감옥에 수감된 조직원의 석방을 요구했다.

탈레반 무장세력은 21일 자신들이 운영하는 '아프간 이슬람 국가(Imarat Islami of Afghanistan)' 사이트에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한국인 여성 18명과 남성 5명을 억류하고 있다며, 인질 석방 조건으로 같은 수의 탈레반 재소자를 풀어 달라고 요구했다. 석방 요구 대상자 명단은 이미 작성했으며 곧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3월 초 납치됐다 2주 만에 풀려난 이탈리아 다니엘 마스트로자코모 기자의 전례에 비춰 볼 때 탈레반은 간부급 이상 조직원의 석방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기자와 맞교환됐던 탈레반 조직원 다섯 명 중 한 명은 탈레반 고위 지도자인 물라 다둘라의 동생으로 확인됐다. 물라 다둘라는 탈레반 최고지도자 무하마드 오마르의 핵심 참모로 오사마 빈 라덴과 함께 미국이 수배한 최고 위험 테러범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는 5월 초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과 교전하다 사망했다. 또 다른 한 명은 탈레반의 대변인이었고 나머지 세 명 역시 간부급으로 알려졌다.

당시 아프간과 이탈리아 양국은 '테러조직과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도 다시는 탈레반 조직원 석방을 '거래' 조건으로 삼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아 이번에도 인질 맞교환이 이뤄질지는 단정 짓기 어렵다. 하지만 탈레반은 이탈리아 정부의 설득에 못 이겨 아프간 정부가 조직원을 석방했듯이, 또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판단해 한국인을 납치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수감 동료를 석방시켜 전열을 재정비하기 위한 탈레반의 외국인 추가 납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현지 정보당국이 분석하고 있다.

현재 아프간 정부에 잡혀 있는 탈레반 조직원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홍주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