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바로 온건·개방 선회는 기대난/김정일 군통수권장악후 북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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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경제위기 정치로 비화막는데 주력할듯
북한 김정일이 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원장에 취임하면서 사실상 권력을 승계함에 따라 북한의 대내외 정책 및 대남정책 변화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정일이 국방위원장 자리에 올라 군통수권을 완전 장악한데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김정일이 군의 지시를 얻기 위해 모험주의적이고 과격한 정책을 계속 구사할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김정일이 주도한 만큼 그 연장선 위에서 강경정책을 계속 추구해 나간다는 것이다.
권력승계에 따른 체제유지가 시급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전쟁의 위험을 최고조로 선전하면서 대내결속을 도모해나갈 것이며 이를 위해서도 당장 온건·개방으로 돌아서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지난 7일 최고인민회의 첫날 회의에서 강선상 정무원총리의 보고를 통해 종래와 같이 팀스피리트훈련중지 등 4가지를 남한측에 요구한 것은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조심스럽게 국면전환의 가능성을 내다보는 의견도 강하다. 무엇보다 김정일은 곧 펼쳐질 자신의 시대를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해 과감한 국면전환을 시도할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즉 혁명세대들이 많이 포진해있는 군부를 장악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진 그는 이제 군통수권을 확보한 터라 혁명 2세대들의 목소리를 적극 수용,부분적인 대외개방과 개혁의 고삐를 바짝 죌 가능성이 크다.
김정일은 우선 핵문제로 인한 국제적 고립을 막기 위해 남북대화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북한이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일의 측근이자 외교통신 김용순을 통일정책위원장 자리에 앉힌 것 자체가 대남제의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팀스피리트훈련 장비가 모두철수되고 김일성 생일이 지나간 4월말이나 5월초께에는 북한측이 핵통제공동위원회의 재개를 제의해 올 수도 있다』고 북한의 선제 대남화해 제의를 예상했다.
북한은 또 최고인민회의에서 민족대단결 10대 강령을 내놓았기 때문에 과거처럼 편지공세를 하거나 당국·정당 연석회의를 열자고 나올 구실을 마련해두고 있다.
김정일은 특히 아버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권위를 세우고 정권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책으로 경제활성화에 발벗고 나설 것을 점쳐지는데 이 경우 대일·대미관계개선이 급선무가 된다. 때문에 북한이 핵카드를 이들 국가와의 관계개선에 사용할 것이란 관측이 많이 나오고 있다.
김정일은 현재의 경제위기가 정치위기로 비화되는 것을 막기위해서라도 외국자본과 기술을 많이 들여와 경제재건을 서둘러야 할 입장이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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