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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그것이...」-『아동학대』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지난 가을 방송된 MBC·TV 미니시리즈 『억새바람』은 미국 이민을 간 교사가 아들에게 매질을 하다 이웃의 신고로 경찰에 잡혀가 곤욕을 치르는 장면이 나온다.
잘못을 저지른 자식에게 부모가 버릇을 고쳐 놓기위해 매를 드는 것은 우리 정서로는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형사처별의 대상이 된다.
『어떤 부모가 자식 잘 되라고 때리지, 못되라고 때리겠느냐』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우리로서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법이 개입하는 것이 선뜻 이해가가지 않는다.
그러나 4일방 SBS·TV 『그것이 알고 싶다』는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실태가 더 이상「사랑의매」란 미명아래 방치돼서는 안되는 단계에 도달해 있음을 보여줘 충격을 주고 있다. 어머니와 계부에 의해 감금 당한채 불에 달군 연탄 집게로 고문을 당하다 숨진아이, 양아버지에게 상습적으로 성추행당한 8세의 여아, 알콜중독자인 아버지의 구타로 숨진채 6개월이나 유기됐던 6세의 남아, 그리고 벌거벗긴채 밤새도록 아버지에게 매를 맞다가 숨진 국민학생.
이 프로에서 제시한 아동학대의 사례들은 누가보아도 교육적인 동기는 조금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 사례들이 모두 상습적인 폭행이었는데도 주위의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취재팀은 그 원인을 시내 자식 내가 때리는데 당신이 왜삼다는 우리사회의 극단적 가족주의에서 찾는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우리나라에서 상습적으로 부모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아동들이 8·2%에 달한다는 사실을 경고한다. 그리고 이제는 가족내의 아동학대에 대한 법적 안전장치가 필요한 때라고 결론을 내린다.
아동학대로 숨진 어린이들에 관한 단발성 보도는 자주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이를 「사랑의 매」를 들다 생긴 과실로 보지 않고 아동학대라는 심각한 사회현상으로 쟁점화시킨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폭로 보도물이 어떤 소재를 어떤 시각에서 다루어야 하는지 모범 답안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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