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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등 분쟁지역도 개발 경쟁|하루 배출 원전핵물질 폭탄10개 분|경제위기 구소지역서 폭탄 유출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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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동서냉전 종식과 함께 초강대국간 핵전쟁 위험은 사라졌지만 핵 재앙의 어두운 그림자는 오히려 지구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 선언으로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전체에 핵 확산 위기가 고조되고 있고, 핵무기를 끌어안고 구소련에서 떨어져 나온 우크라이나·카자흐·벨로루시 등은 핵을 무기로 한 위험한 도박에 마음이 쏠려 있다.
또 『돈이 되면 뭐든지 판다』는 논리가 팽배해 있는 러시아를 비롯한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을 상대로 무기거래상들이 벌이는 위험한 거래는 핵무장을 꿈꾸고 있는 나라들에게는 달콤한 유혹이 되고 있다.
이라크가 언제 또다시 핵개발에 몰두하게될지 알 수 없고, 중동지역 패권을 노리는 이란은 금세기 내 핵보유 가능성이 크다. 수소폭탄까지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국간 핵개발 경쟁은 중동전체를 핵전쟁의 위기로 몰고 갈 수도 있다.
데이비드 키드 국체원자력기구 (IAEA) 대변인은 『탈냉전시대를 맞아 핵의 수직적 확산 위험은 크게 줄었으나 수평적 확산 위험이 크게 증대하고있다』는 말로 지역적 핵 확산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한스 블릭스 IAEA 사무총장은 최근 핵 확산 위험지역으로▲중동▲남아시아▲CIS▲동북아 등 4지역을 꼽았다. 그의 이 같은 분석은 지난해 7월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이 발간한 「핵 확산 현황에 관한 보고서」내용과 일치하는 것이다.

<16국 개발현황 추적>
카네기재단 보고서는 NPT에 의해 핵무기 원초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미국· 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 5개국을 제외한 h개국의 핵개발 현황을 추적하고 있다. 구소련으로 부터 핵무기를 승계 한 CIS내 우크라이나·카자흐·벨로루시 3개국은 당당한 핵 보유국으로 분류돼 있고, 이스라엘·인도·파키스탄 3개국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기재돼 있다. 남아공은 지난 91년 NPT 가입을 계기로 보유를 포기한 케이스로 별도 분류돼 있으며, 북한·이라크·이란·리비아 4개국은 핵 개발 추진국으로 분류돼 있다.
우크라이나·카자흐·벨로루시 3개국은 보유중인 모든 전술 핵을 지난해 초 러시아로 이관했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들은 모두 3천1백38개나되는 핵탄두를 SS-24,25등 중·장거리 핵미사일이나 전폭기 등에 장착하거나 탑재한 상태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이들. 3개국은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에 따른 리스본의정서에 서명, 오는 99년까지 모든 전략핵무기를 폐기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NPT에 가입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극심한 경제위기에 처해 있고, 핵무기폐기에 대한 국내적 반발에 시달리고 있다.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 물질과 고급두뇌의 유출문제도 매우 심각하다.
IAEA 공식계간지인 『IAEA 불리틴』 은 최근 『소련해체에 따라 비핵보유국이 비밀리에 핵무기나 원폭 제조수준의 핵 물질을 매입하는데 성공할 실질적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고 경고했다. 구소련에 있는 1만여명의 핵 전문가들 가운데 3천명은 핵무기를 만들 줄 아는 기술자들이다. 이들은 연봉이 2백50달러에 불과한 형편없는 대우에 시달리고 있다. 월급 4천달러 라는 매력적인 미끼를 던지며 이들 중60명을 최근 북한이 포섭하려 했었던 데서도 잘 나타나듯 배고픈 핵 두뇌의 범람은 수평적 핵 확산의 위험을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유혹 받는 고급두뇌>
이라크는 걸프전 과정에서 대부분 핵 시설이 파괴됐음에도 불구하고 핵 개발의 실질적 위험이 완전치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이 서방 정보분석가들의 주장이다.
이란도 금세기 말까지 핵보유국 대열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 60년대 말부터 핵무기를 보유하기 시작한 이스라엘은 현재최소 1백개에서 많게는 3백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벌이고있는 핵군비 경쟁은 남아시아를 가장 취약한 핵전쟁 위험지역으로 만들고 있다. 이 두 나라는 지난 9O년 캐시미르 분쟁 당시 핵전쟁 일보직전까지 갔었다. 미국 정찰위성이 핵폭탄을 탑재한 파키스탄 F-16전투기를 미리 포착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최초의 핵전쟁이 터질뻔했다는 것이 로버트 게이츠 전CIA국장의 최신 증언이다. 이들 양국은 NPT가입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
북한의 NPT탈퇴 선언을 계기로 동북아시아도 새로운 핵 확산 위험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최신호는 서방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케이의 말을 인용, 『북한이 NPT에서 완전 탈퇴하고 사실상 핵보유국임이 확인되면 그로부터 수개월 안에 동북아에서 핵군비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과 한국이 당장 핵개발에 나설 것이고 대만까지 이에 가세, 동북아 전체가 핵개발 각축장으로 변할 것이란 분석이다.

<북 npt탈퇴비상>
91년 말 현재 전세계에서 가동중인 발전용 원자로는 모두4백20기이며 여기에서 생산되는 플루토늄으로 매일 10개의 원폭제조가 가능하다고 IAEA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IAEA는 매년 2천회 이상의 현지사찰과 1전회이상의 샘플 분석, 3천회 이상의 감시필름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의 수평적 확산 위험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국제정치학자인 로런스 샤인만교수(코넬대)는 『냉전종식이후 핵무기가 국제정치에서 갖는 전략적 중요성은 크게 퇴색한 대신 분쟁 또는 긴장지역에서의 전략·전술적 효용성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고 지적, 『지역차원의 긴장완화와 화해·군비축소·비핵화 및 상호사찰 협정이. 병행될 때 현 NPT체제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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