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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대학생 강영국씨, 21일만에 완주"장애는 없다” 목발 짚고 60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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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숨막히는 아스팔트의 열기도, 쏟아지는 빗줄기도 그의 전진을 가로막지 못했다. 21일 동안 600.5㎞를 걸었다. 화개장터에서 시작된 ‘박카스와 함께 하는 제10회 대학생국토대장정’에서다. 19일 최종 목적지인 서울 올림픽공원으로 들어서는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제주관광대 사회복지학과 졸업반인 강영국(23·사진)씨는 3급 장애인이다. 세 살 적 넘어지면서 다친 왼쪽다리가 오른쪽 다리에 비해 10㎝ 정도 짧고 두께도 얇다. 장애가 없는 젊은 대학생도 힘든 국토대장정을 강씨는 목발을 짚고 완주했다. 참가자 144명 가운데 132명이 완주했다.

“35㎞를 걸었던 첫날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집에 가고 싶은 생각 뿐이었죠. 그래도 제가 억척스럽게 걸으니까, 장애가 없는 친구들도 힘든 기색을 못 내더군요.”
 
지난달 30일 행군을 시작한지 4시간 만에 한 명이 일사병으로 쓰러져 집으로 돌아갔다. 열흘쯤 지나자 체력이 바닥난 대원들이 낙오했다. 다들 발에 물집이 생겨 고생했는데, 강씨는 목발 때문에 손바닥에 물집이 잡혔다. 다른 대원들의 페이스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기를 쓰고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가파른 언덕을 오를때나, 속보로 이동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오에서 뒤처진 적이 없었다.

그는 다리가 불편하지만 무술 유단자이기도 하다. 한국무술인 국술이 2단이고 특공무술이 1단이다. 그는 중학생 시절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목발을 짚고 다녔지만, 무술 연마로 하체가 튼튼해지면서 목발을 놓았다. 강씨는 “목발을 사용하지 않으면 행군속도를 맞출 수 없어서 이번엔 목발을 사용했다”고 했다.

국토대장정에 참가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사회 진출을 앞두고 나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그는 의지를 가다듬기 위해 고교 시절 자전거를 타고 3박4일간 제주도를 일주했고, 한라산 백록담에도 네 차례 올랐다.

앞으로 아프리카나 동남아 쪽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게 목표다. 간병 일을 하는 홀어머니와 제주도에서 살고있는 강씨는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불구하고 해맑은 미소를 잃지않았다.

그는 “어머니를 모시고 세계를 일주하는 게 제 가슴 속의 작은 소망”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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