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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후 첫 식목일맞는 조남희산림청장(일요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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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돈되는 나무 많이 심어야죠”/손자대에 열매 맺는게 조림사업/푸르게는 됐으니 이젠 잘 가꿀때
조남희산림청장은 며칠전 대통령 업무보고때 김영삼대통령에게 조그마한 업무용 탁자를 선사했다.
김 대통령은 무슨 탁자인지 의아해했고 조 청장은 『쓸모없는 아카시아나무도 잘만 다듬으면 이렇게 좋은 재목이 됩니다』는 말로 설명을 대신했다.
산림행정을 맡은지 한달 남짓만에 감을 잡고 『산림정책은 이래야 한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조 청장. 식목일을 맞아 그를 만나봤다.
­업무보고때 아카시아나무 탁자를 들고 가신데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습니까.
『아카시아나무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지천에 널려 있지만 기껏해야 불을 때는 나무로만 여겨왔잖습니까.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생각해온 나무도 기술적으로 잘 처리하면 고급재목으로 쓸 수 있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합니다.』
­무슨 뾰족한 방법이라도 있는지요.
『쭉쭉 뻗어나는 경제림을 가꾸는 것 못지않게 전국에 널려있는 나무들의 활용도를 높이는 겁니다. 질낮은 나무를 잘 가공해 가구 등 고급목재로 쓰고 조그만 나무들을 섞어 합판이나 펄프원료로 쓰는 거지요. 국제적으로 원목값이 비싸지고 리우환경회의이후 인도네시아 등 나무 많은 나라에서 벌채나 수출을 줄이는 등 산림보호정책을 펴는 판국이라 우리도 목재활용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합니다.』
­얼마전 지방순시를 하셨는데 느끼신 점이라도.
『그동안 나무를 상당히 많이 심었지만 정작 중요한 나무가꾸는 일은 소홀히 하지 않았는가 싶습니다. 물론 헐벗은 산에 당장 나무심기에 바빴던 시절이 있었던 것은 이해하나 경제수종이 너무 없어요. 지방을 둘러보니 땅은 넓은데 조림상태가 안좋습디다. ㏊당 산림의 경제성을 나타내는 척도인 축적만 해도 그래요. 평균 40방m에 불과합니다. 다시 말해 쓸만한 재목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미국이 78입방m로 우리의 2배에 가깝고 일본은 3배,독일은 6배반인 것과 비교할때 차이가 너무 나지 않습니까.』
­그러면 어떤 대책이라도 있습니까.
『대책을 말하기 전에 먼저 흥미로운 통계수치를 한번 봅시다. 역대 주요 정권의 인공조림 실적입니다. 3공때 1백24만㏊에 새로 나무를 심었고 5공때 55만㏊,6공때 11만㏊입니다. 물론 3공때야 62년부터 79년을 기간으로 잡았으니 다른때보다 나무 심은 기간은 길어요. 어쨌든 이같은 노력끝에 세계적으로 단기간에 산림녹화에 성공한 나라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속성수나 산사태방지용 산림녹화에서 벗어나 경제성을 앞세울때고 여기에 산림정책의 초첨을 맞추고 있습니다. 크게 둘로 나눠 경제조림과 산림의 공익기능을 높이는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하신다면.
『경제림의 경우 연간 3만㏊를 목표로 나무를 심고 있지만 이것으론 부족합니다. 앞으로 5만㏊로 끌어올릴겁니다. 그러자면 국유림과 공유림을 빼고 전국토의 71%에 이르는 산유림에 대한 조림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현지 부재농주처럼 서울 등 대도시에 사는 부재산주가 나무심을 의욕이 나도록 조림시책을 바꿔야지요. 산에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종을 심는 것이 언제든 가능토록 고칠 제도가 있으면 고칠 겁니다. 또 어느 지역에 어떤 수종이 경제림으로 알맞은가를 정부가 조사해 산주에게 알려주는 식으로 필요한 정보를 시의 적절하게 제공할 생각입니다.』
­산림의 공익기능을 살리겠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산림은 우리의 가장 큰 자원입니다. 공익적인 가치를 돈으로 따지면 목재이용 등 경제적 측면을 빼고도 23조원이나 됩니다. 수원기능·산소공급·토사유출방지·보건휴양·야생조수보호 등 다목적인 공익기능을 갖고 있지요. 갈수록 이같은 기능의 중요성은 높아질 것이고 맑은 공기를 제공하는 시민휴식공간을 더욱 많이 만들 계획입니다. 휴양림조성과 산림개방정책에 중점을 두고 산림의 대국민서비스를 강화하는 셈이지요. 기존의 전국 48개 휴양림에다 광릉수목원 같이 산림욕장과 산책로 등을 갖춘 자연휴양림 10곳을 더 만들겁니다.』
­산림정책을 이끌어 가는 자리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지방 시찰때였습니다. 국유지에 나무를 심고 가꿔온 한 촌로를 만났는데 그분 얘기가 20년전에 심은 나무를 팔아야 되겠으니 어떻게 힘좀 써달라는 거였습니다. 국유지니까 정부의 벌채허가가 있어야 한다는 거지요. 죽기전에 자신이 힘껏 가꾼 나무를 팔아 쓰고 싶다는건데 틀린 말은 아니지요. 그러나 조림사업은 당대가 아닌 손자대에 가야 투자한 만큼 소득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서둘러서는 안된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점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합니다. 물론 정부도 무계획적인 벌채만 아니라면 산주들의 소득증대를 위해 여러모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조 청장의 책상위에는 국내외 산림전문서적·조사통계자료 등 각종 책자 40여권이 빼곡히 놓여 있었고 특별한 약속이 없는 날이면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식사후 30분가량 산림청 청사가 있는 임업연구원의 맑은 공기를 호흡하면서 산책하는 것도 그의 주요 일과다.<김기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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