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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급 22명 인사교류 官街 술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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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행정자치부 지방재정국장은 기획예산처 국장이 맡고 기획예산처 재정개혁국장은 행자부 국장이 맡는 등 중앙부처 국장급 22개 보직에 대한 인사 교류가 처음 시행된다. 또 10개 국장급 직위는 부처 구분없이 공개경쟁을 통해 적격자를 고른다.

정부는 6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확정했다. 20개 중앙행정기관 본부 국장급 2백2개 가운데 15.8%에 해당하는 32개 보직이 개방되는 것이다. 상호 교류는 보내는 부처에서 적격자를 2~3명 추천하면 받는 부처에서 적임자를 결정하며 이달 19~20일 임명한다.

◇'부처 간 칸막이' 없애기=정부의 '부처 파괴형' 인사 교류는 부처 내 이기주의를 타파하자는 의지로 풀이된다. 범정부 차원에서 결정하고 집행해야 할 국가적 사업이 자기 몫 챙기기 때문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정찬용(鄭燦龍) 청와대 인사수석은 "부처 마피아, 부처 내 이기주의를 없애겠다"고 말했다. 소위 '힘센' 부처일수록 자기 조직을 챙기는 이기주의가 팽배하며 그것을 허물겠다는 의지다. 건설교통부와 환경부,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 등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부처의 국장 자리를 교류 대상으로 선정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과장급까지 교류의 폭을 확대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을 맞바꾸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2006년에는 고위공무원제도(SES)를 도입해 변화의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조창현(趙昌鉉)중앙인사위원장은 "SES는 특정 부처에 속하지 않은 1~3급 공무원들로 구성되며 이들은 여러 부처를 넘나들며 국가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임무를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 장악이 관건= 지난해 4월부터 건교부와 과장급 인사 교류를 하고 있는 환경부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당사자들이 조직에 잘 적응할뿐더러 정책수립과 시행도 무리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국장급 교류도 건교부 국장들에게 '환경 마인드'를 심어줄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있다. 건교부 국토정책국장과 예산처 예산관리국장의 교류는 사회간접자본(SOC)투자와 관련된 계획과 평가를 공유할 수 있어 부처 간 협조와 이해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조직을 빨리 장악하지 못할 경우 업무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자원부의 한 간부는 "산자부에서 기후변화협약과 에너지 효율정책을 담당하긴 하지만 환경부의 대기보전 업무와는 성격이 판이하게 달라 업무에 제대로 적응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농림부에서 공모직으로 정해진 농업정책국장.농촌개발국장은 농림부 예산의 절반 이상을 사용하는 핵심 국장이다. 농업.농촌 문제는 물론이고 농림부 안에서 국 간 협의와 농민단체 등 외부 단체와의 관계도 잘해야 하는데 외부 인사가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교류 대상으로 확정된 보직이 각 부처의 요직이지만 보내는 부처에서 '에이스'를 내놓을지도 의문이다. 일부 부처에서는 자원자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몸담아온 부처에서의 전문성에 다른 부처의 근무 경험을 보태면 공직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장점은 있다. 그러나 이미 굳어진 부처 간 장벽을 순탄하게 헤쳐나가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 공직사회의 중론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의식해 정부는 파견 기간(2년)이 끝나면 원래 부처로 복귀하는 것을 보장하고 우선적으로 승진시킨다는 '당근'을 제시했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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