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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잔칫상 받은 DJ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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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대중(DJ)전 대통령이 6일 저녁 서울 프라자호텔 대연회장에서 팔순(八旬)잔치를 했다. 이한동.김석수 전 총리 등 DJ정부 시절 고위 공직자 1백50여명이 10만원씩 회비를 모아 마련한 자리다. 당초 DJ는 "꼭 모시고 싶다"는 이들의 요청을 여러차례 고사했으나 지난 연말께 "그분들의 성의를 계속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며 수락했다고 한다.

DJ는 호적상 양력으로 1926년 1월 6일생이지만 실제 태어난 해는 그보다 2년 앞선 1924년이란 게 동교동 측의 설명이다.

잔칫상은 풍성했다. 행사장 정면엔 '대통령님 생신 축하드립니다'라는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검은색 정장에 빨간색 넥타이를 맨 DJ는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행사장에 나와 미소 띤 얼굴로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식사 도중엔 12번이나 건배 제의가 잇따랐다. 이인호 전 러시아 대사는 갑자기 "즈다로비에"(러시아말로 건배라는 뜻)라고 외쳐 폭소가 터졌다. DJ도 옆에 앉은 강원용 목사.이한동 전 총리와 함께 박수를 치며 활짝 웃었다. 칠레산 포도주를 두어잔 마셔 DJ의 얼굴은 붉게 상기됐다. 명창 안숙선 여사가 '흥부가'중 부자 되는 대목을 열창할 때는 어깨를 들썩이기도 했다.

'국민의 정부 5년과 김대중 대통령'이란 제목의 20분짜리 특집 다큐멘터리가 상영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 DJ는 자리에 앉은 채 가벼운 목례로 화답했다. 중국식 만찬은 세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DJ는 "공자가 멀리서 친구가 오면 어찌 기쁘지 않겠느냐고 했는데, 오늘 여러분들을 만나니 너무 반갑다"며 "국민의 정부에서 여러분들이 수고를 많이 해준 덕에 이렇게 기쁜 마음으로 과거를 회상할 수 있게 됐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이어 "강원용 목사가 남북문제 등에서는 침묵만 하지 말라고 했는데, 퇴임한 사람에겐 한계가 있다"며 "국내 정치는 개입하지 않겠지만, 세계 평화와 남북 문제에 있어서는 현 정부가 잘해 나가도록 제 분수를 가지고 뒤에서 적극 격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DJ정부 때 노사정위원장을 맡았던 열린우리당 김원기 의장과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던 문희상 대통령 비서실장, 그리고 장관을 지낸 민주당 장재식.김영환 상임중앙위원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당초 민주당 조순형 대표도 참석하려 했지만 주최 측이 "정식 초청 대상이 아니다"며 양해를 구했다는 후문이다. 趙대표는 대신 동교동 자택으로 난을 선물했다.

박신홍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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