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검증 청문회 … 이명박·박근혜 의혹 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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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명박 후보

-옥천군 임야 50만 평을 샀는데 투기 아닌가.

"그렇지 않다. 주민들이 마을회관 짓는다고 현대에 사 달랐고 했지만, 비업무용 토지라 회사가 살 수 없었다. 못 쓰는 험산인데 내가 부득이 샀다."

-5년 뒤 처남에게 팔았다. 명의신탁 아닌가.

"처남에게 팔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못 팔자 자기 이름으로 사서 바꿔놓은 것 같다."

-3000만원에 사서 2500만원에 팔았는데. 그때 기준시가가 9000만원이었다.

"처남이니까 좀 싸게 팔 수도 있었을 거고…."

#박근혜 후보

-최태민 목사는 이름이 일곱 개, 결혼은 여섯 번 했다고 한다. 알고 있었나?

"당시 몰랐다."

-당시 중앙정보부 조사에 의하면 최태민씨의 비리 건수가 40여 건 정도라는데.

"아버지께서 관계자를 부르고 저도 부르고 최 목사도 불러 직접 조사했다. 그때 내용이 막연하고, 답이 확실한 것이 없었다."

-신문 인터뷰에서 최태민 의혹이 나오자 '천벌 받을 짓'이라고 했는데.

"네거티브 공세를 하다 입에도 담지 못할 얘기까지 나왔다. 만약에 내게(최목사와 사이에) 애가 있다는 근거 있으면 데리고 와라. DNA 검사 하겠다."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경선 후보는 19일 당 검증청문회에서 각각 차명재산, 최태민 목사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중간 휴식 시간을 포함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20분까지 열린 청문회는 전국에 TV로 생중계됐다.

이 후보에게 21개, 박 후보에게 11개의 의혹을 놓고 청문위원들은 여과 없는 질문을 쏟아냈다. 두 후보는 주먹을 불끈 쥐며 해명에 열중했다. 이 후보를 상대로 한 오후 청문회에선 재산 관련 질문이 집중됐다. 이 후보는 차명재산 의혹이 제기된 '도곡동 땅'과 관련, "그 땅이 제 것이면 얼마나 좋겠느냐. 큰 재산인데…"라며 부인했다. 또 맏형 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가 공동 소유한 ㈜다스의 실소유자 논란에 대해 "다스는 큰형과 처남이 같이하는 회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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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신의 위장전입 문제에 대해선 "지금 돌이켜보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 후보는 마무리 발언에서 "제 작은 성취(재산)가 저만의 것이 아니라고 본다. 제 성취라는 선물을 준 우리 사회에 감사한다"며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생각이 없다"며 재산의 사회 기부 의사를 시사했다.

박 후보를 상대로 한 오전 청문회는 사실상 '최태민 청문회'가 됐다.

대부분의 질문이 작고한 최 목사와의 관계 등 사생활에 집중됐다. 박 후보는 최 목사 일가와 자신과의 연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또 육영재단.영남대 비리 의혹도 부인했다.

하지만 1986년 영남대 병원장의 해외 출장비 280여만원이 동생 지만씨의 항공료 등으로 지급됐다는 질문에 대해 "그때는 몰랐지만 동생에게 알아봤더니 그런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답했다.

박 후보는 "(박정희 대통령이 일으킨) 5.16은 구국혁명이었다"며 "다만 유신시대에 민주화 운동에 헌신해 고통받으신 분들에 대해선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안강민 검증위원장은 두 후보에게 "경선에서 실패하면, 승리한 상대방과 함께 합심하겠느냐"고 물었고, 두 사람은 "당연한 일"이라고 답했다.

일각에선 "이날 검증위원들의 질의가 그동안 언론에 보도된 수준의 의혹 제기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전날 안 위원장은 "후보 측의 자료 제출과 해명이 불성실했다"고 말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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