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문화향유 대가 지불의식」심어주려 마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매년 한차례 작품집을 발간, 지상을 통한 작품발표로 유명한 서예가 하석 박원규씨(47)가 4월2∼16일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리는 제2회 개인전을 국내최초로 유료전시회로 마련, 화제다.
『일본에서 유료전시회와 무료전시회를 비교해 발표한 논문을 보니 관람객이 유료 일때 전시장에 머무르는 시간이 무료일 때보다 3배가 된다더군요. 이번 유료전시회는 제 작품을 눈여져 봐달라는 주문인 동시에 우리나라의 잘못된 문화인식 즉, 공짜근성을 없애려는 운동의시작이기도 합니다.』
벽돌글씨인 전서와 항서를 주로한 80점 안팎이 전시외는 박씨의 이번 전시회 입장료는 일반 1천원, 학생 5백원. 국내 미술관 입장료를 참조해 정했다는 설명이다.
『문화층을 넓힌다는 취지아래 청소년들에게 베풀어지고있는 각종 무료 문화행사들은 표면화된 좋은 뜻과 함께 문화를 향유하는데 그만한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의식을 약화시키는 또 하나의 그림자를 낳는 셈』이라고 지적한 그는『작가가 수십년간 몰두해온 작업의 결과인 전시회를 공짜로 즐긴다는 것은 어딘가 잘못된게 아니냐』고 반문한다. 박씨는 강암 송성용의 제자로 79년 동아예술제에서 대상을 따내 화려하게 서단에 등단했던 이.85년 제1회 개인전 당시 한국 최초로 간체전인「한간전」을 열어 3천년간 잠들어있던 서체를 세상에 다시 내놓아 서예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작가가 전시회를 마련하기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그러면서도 작품발표의 의무는 수행해야 하는 갈등속에서「작품집」발간을 통한 지상발표라는 기상천외(?)의 착상을 해낸 박씨는 84년부터 한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작품집을 발간, 이번 전시회가 그 10집을 기념하는 전시회이기도 하다.
서예강사 노릇도 거절하고 오로지 작품에만 열중하는 그는「열심히 공부하는 서예가」로도정평이 나있다. 박씨는『5년마다 개인전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밝히고『앞으로도 계속 유료 전시회로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