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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집 간 아내·두 자녀 횡사에 “망연”/무궁화호 대참사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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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불공 다녀오던 일가 5명 참변/다른 역선 모른채 계속 표팔아/부상자 가족들은 안도의 한숨
○…이번 사고로 부인과 두 남매 등 가족 3명을 잃은 이달식씨(38·경남 양산군 하북농협 직원)는 밤새워 병원 10여곳을 수소문한 끝에 가족들이 모두 사망한 사실이 확인되자 통곡.
이씨의 아내 이순자씨(34)와 아들 승훈군(8)·하나양(7) 등 3명은 이날 밀양에 사는 친척집 결혼식에 참석하고 귀가하다 참변을 당한 것.
○…김영호씨(60·부산시 보수1가 32)는 부인과 아들 성덕씨(28),며느리 김애란씨(27),손녀 이연양(3)과 함께 이날 오전 평소 자주찾던 대구 팔공산에서 불공을 올리고 돌아오다 일가족 5명이 변을 당했다.
또 신성자씨(37·여·부산시 남산동 59)와 아들 이동혁군(8) 모자가 변을 당했으며 안상근씨(53·부산시 감만동 511)와 부인 차상조씨(45)·딸 선희양(21) 등 일가족 3명이 사고차량에 탔다가 안씨부부는 숨지고 딸 선희양은 골절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 가료중이다.
○아들찾아 병원 헤매
○…아들과 함께 시어머니 생신에 다녀오려고 사고열차를 탄 아내의 행방을 찾고있던 박상택씨(38·부산시 덕천2동 주공아파트 105호)는 제중병원 등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백병원 영안실에서 아내 권순남씨(32)의 시신을 확인하고는 망연자실.
박씨는 대구시 수성구에 사는 어머니(62)의 생신이 오는 4월2일인데도 미리 아내와 아들을 대구에 보냈던 것.
부산시 덕천동 럭키 만덕아파트 변전실에 근무하는 박씨는 지난 27일 일이 바빠 함께 고향에 가지 못했는데 혼자 있는 자신의 식사문제 때문에 아내가 서둘러 귀가하다 변을 당했다며 통곡. 박씨는 아내의 시신을 확인하고 통곡을 하다 행방이 묘연해진 아들 홍식군(11)을 찾아 허겁지겁 다른 병원으로 찾아 나서기도. 또 사고소식을 듣고 한중병원으로 달려온 숨진 신성자씨(33·여·금정구 남산동 59)의 남편 이상윤씨(36·회사원)는 『밀양 친척집에 다니러 갔다 온다고 했는데 무슨 날벼락이냐』며 울음을 터뜨리고 아들(7)은 아직 생사도 모른다며 경찰에 구조를 호소.
○…이날 참사는 28일 오후 5시30분쯤에 발생했으나 각 역간의 비상연락이 제대로 안돼 오후 6시10분이 넘어서야 뒤늦게 언론을 통해 사고소식이 전해져 큰 혼란을 빚기도.
동대구역과 대구역의 경우 사고발생 사실을 모른채 계속 승차권을 발매해 승객들을 태우는 바람에 동대구역에서 6시13분에 떠난 부산행 무궁화호열차 승객들은 밀양 등에서 뒤늦게 하차해 집단 항의사태를 빚은 것.
결국 이 열차는 동대구역으로 되돌아와 경주∼울산을 거쳐 부산으로 갔으며 동대구역에서는 사고발생 50분만인 6시22분에야 사고사실을 연락받고 승차권 발매를 중단하는 촌극을 연출.
○시댁에 인사 다녀오다
○…백병원 영안실에 안치중인 20대 처녀는 올 5월 결혼을 앞두고 시어머니에게 인사하러 갔다 돌아오다 참변을 당하기도.
29일 아침 8시쯤 가족들에 의해 신원이 확인된 김윤자씨(27·여·(주)대우 부산공장 근무·부산시 주례3동 625)는 1년전부터 사귀어 오면서 결혼을 약속한 강해인씨(31·성창기업 근무)와 함께 27일 금천에 사는 시어머니에게 인사를 드리고 돌아오다 강씨와 함께 참변을 당했는데 강씨도 이번 사고로 숨져 현재 구포 한중병원 영안실에 안치돼 있다.
○치료 끝난 사람은 귀가
○…가장 많은 23구의 시체가 안치된 한중병원에는 유가족들의 울음소리와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몰린 사람들로 일대 혼잡.
한중병원 안치 시체 가운데 29일 오전 10시 현재 13구의 시체만 신원이 확인됐을뿐 나머지 10구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생사여부를 확인하러 온 가족들중 시체를 확인하는 순간 울음보를 터뜨렸고 부상자 가족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는 등 엇갈린 표정들.
한편 한중병원에 입원한 경상자 10명은 28일 오후 11시쯤부터 치료가 끝나는대로 귀가하기도.
○지문채취 신원파악중
○…상당수 사망자들의 신분이 밝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손상된 시신의 신분을 지문채취를 통해 파악중.
경찰은 『발전차 뒷부분에서 발견된 시신중 5∼6구는 소지품이 없고 성별구분이 어려울 정도여서 마지막 수단으로 지문채취를 하고있다』고 설명.
○공사 관련 보험안들어
○…부산 무궁화호 대형참사는 한전 지중선 공사가 그 원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전이나 시공을 맡은 삼성종합건설측은 공사 관련 보험을 들지 않아 피해자에 대한 원활한 보상이 어려울 전망이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통상 이같은 공사를 할때는 건설공사 보험이나 배상책임 보험을 들고있으나 이번 지중선 공사는 보험가입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반적으로 공사계약을 할때 발주자측은 시공자가 직접 관련보험을 들도록 하는 것을 계약조건에 명시하고 있으나 한전과 삼성종건간의 이번 계약에는 보험부분이 전혀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한전과 삼성종건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시공에 있었던 것으로 판명될 경우 보험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피해자 보상에 나서야 할 형편이다.
◎사망자 명단
▲김종준(48·부산시 감천동 475) ▲강해인(28·부산시 감만동 202) ▲양연숙(28·여) ▲신성자(37·여·부산시 남산동 59) ▲임의택(36·부산시 범일동 1492) ▲구자운(54·부전2파출소 방범대원) ▲이동혁(8) ▲이하나(7·여·부산시 남산동) ▲배두아(54·여·부산시 괘법동 550) ▲황순옥(48·여·부산시 하단동 199의 2) ▲조갑래(10) ▲조수빈(5·여) ▲이동순(29·여·경남 양산)
▲오주창(45·부산시 괴정동) ▲안상근(53·부산시 감만동 511) ▲차삼조(45·여) ▲이승훈(8) ▲정승훈(7·장전국민학교) ▲김윤자(27·여) ▲미상 7명
▲유영주(32·부산 덕포2동 788) ▲배인수(39·서울 남가좌동 116) ▲박점례(32·여·부산 사직동) ▲김정숙(46·여·경남 양산군 기장면 교리) ▲이정숙(10·여) ▲조홍래(8) ▲이환기(44·부산시 온천동 럭키아파트 17동 902호 ▲허애리(6·여)
▲박용규(24·육군소위) ▲이순자(34·여·부산시 남산동 39) ▲김기옥(37·여·부산 하단동 508) ▲미상1명
▲박용오(22·육군소위·대구시 남산4동 2930) ▲이중복(23·공병학교병장) ▲남용우(23·육군소위) ▲이원용(23·육군소위) ▲장원대(23·육군소위) ▲송재익(23·육군소위) ▲구본혁(23·공병학교소위)
▲박영호(29·부산 서2동 현대아파트 3동 208호) ▲남경희(28·여·경남 밀양군 단장면 안법리 193) ▲안분임(74·여·경북 상주군 사벌면) ▲김혜란(29·여) ▲김리연(4·여) ▲김승식(27·부산시 보수동 1가) ▲김영호(60·부산시 보수동1가)
▲곽복희(5·여·경남 양산) ▲이경희(38·여) ▲선영돌(35·부산시 소량3동 149) ▲김순옥(47·여·부산시 서3동 113) ▲조경옥(48·여·부산시 좌천2동) ▲이미자(34·여·부산시 덕천2동) ▲이규상(12·부산시 하단동) ▲미상1명 ▲허석호(30·부산 남부민동) ▲황금옥(62·여·부산 보수동) ▲이성래(14·부산 문선동) ▲미상4명 ▲권영주(32·여·부산시 범천동 868) ▲조손재(38·여·부산시 덕천2동) ▲조성래(4·조선재씨 조카)
◇행방불명자(1명) ▲박정호(57·사고차량 발전차 승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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