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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접촉 늘리고 모르는 척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네살짜리 딸이 낡은 곰인형을 잠시도 떼어놓지 못하고 자나깨나 끼고 지냅니다.
낮 동안에도 어딜 가든 곰인형을 안고 다니고, 곰인형이 없으면 잠을 자지도 못할 정도입니다. 다른 장난감을 줘봐도 일단 곰인형이 없으면 몹시 보채고 안절부절못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선미· 서울성산1동>

요즘 어린이들은 특정 물건에대한 애착(대물애착)을 보이는 예가 많은데 이것은 서구화 해가는 양육방식과 관계가 있는듯 합니다. 엄마와의 피부접촉이 많던 종래의 한국 어린이들보다 피부접촉이 크게 줄어든 요즘 어린이들에게 대물애착 증세가 한결 심하니까요.
대체로 태어난 직후엄마와 충분히 피부접촉을 하지 못했거나, 엄마의 애정표현이 적거나,어떤 이유로든 엄마에대한 어린이의 신뢰가 든든하지 못한 환경에서 자랄때 마음의 위안을얻기위해 특정한 물건에 대해 유별난 애착을 보이는 경우가 흔합니다. 어린이들은 물건도 사람처럼 생명과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물활논적사고를 갖고있어 어떤물건에 대해 깊은 애정을 품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 까닭이지요.
따라서 댁의 어린이가 일단 애착을 굳힌 곰인형을 아끼고 사망하는 것은 마치 염마와 애정을 나누는 것과 거의 맞먹는 것입니다. 그런 곰인형을 떼어놓으면 사랑하는 엄마와 떨어지는것 같은 상실감을 느끼게 되지요 .
그러나 고아원등의 시설에서 엄마에 대한 애착도 없이 자라는 어린이들에게는 대불애착 현상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즉 대물애착은 일단엄마에 대한 애착이 이뤄진 어린이들에게만 나타나는 것이므로 행여 엄마노릇을 잘못해 그런것은 아닐까 하고 자책할수도 있으나 그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엄마가 자책감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어린이의 정서에 좋지않은 영향을 미치니까요.
또 어린이가 곰인형에 너무 집착한다는 사실에 대해 엄마가 불안해 한다거나 과밍반응을 보이는 것도 곤란합니다.
곰인형에 대한 애착은 그저 엄마로부터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싶은 욕구를 드러내는 것이므로 결코 꾸짖지 말고 엄마와의 피부접촉을 늘리면서 그런 집착이 자연스레 사라질때까지 모르는 척 내버려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도움말=인간발달복지연구소 정혜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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