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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시장 '한국을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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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성, 넌 이번엔 코치야"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右)이 18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 도중 박지성과 머리를 맞댄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퍼거슨 감독은 발목 수술 후 회복 중인 관계로 FC서울과의 친선경기(20일)에 출전할 수 없는 박지성에 대해 "이번에는 보조코치로 활약하게 될 것"이라며 변함 없는 애정을 과시했다.[사진=김성룡 기자]


지난해 4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4년간 5650만 파운드(약 1016억원) 규모의 유니폼 스폰서 계약을 한 뒤 미국 금융기업 AIG 마틴 설리번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맨U는 아시아에 4000만 명의 팬을 갖고 있다. 이번 계약이 양측에 모두 도움이 될 것이다."

AIG가 맨U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부은 이유. 그것은 바로 아시아에서 맨U가 갖고 있는 브랜드파워 때문이었다.

프리미어리그는 유럽에선 물론 아시아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40억 인구의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려는 세계적인 기업들은 프리미어리그를 마케팅의 지렛대로 이용하고 있다. 2007~2008시즌 해외 중계권 수입(12억3000만달러) 중 절반 이상이 아시아에서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맨U의 이번 한국 방문도 아시아마케팅에 승부수를 던진 전략으로 보는 편이 맞다.

◆아시아마케팅에 승부수를 던진 프리미어리그=아스널은 2001년 일본 대표선수 이나모토 준이치를 영입하면서 아시아시장 개척에 나섰다. 이나모토는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지만 일본에 프리미어리그 열풍을 몰고 왔다. 일본인 관광객은 하이베리 경기장(아스널 홈)을 찾아 'INAMOTO'가 새겨진 유니폼을 구입했다. 지난해 10월 아스널이 새 홈구장(에미리트 경기장)을 열자 "이나모토의 셔츠를 팔아 세운 경기장"이라는 농담이 나왔을 정도다. 이나모토에 이어 2002년부터는 순지하이(맨체스터시티), 리티예, 리웨이펑(이상 에버튼), 둥팡저우(맨U) 등 중국 선수가 영입됐고, 2005년부터는 박지성(맨U), 이영표(토트넘), 설기현(레딩), 이동국(미들즈브러) 등 한국 선수가 뒤를 이었다. 선수만큼 팬을 유인하는 수단은 없다.

프리미어리그 팀들은 앞다퉈 아시아어(語) 홈페이지도 개설했다. 올 4월 첼시는 한국어 홈페이지를 열었다. 서울에서 열린 개통식에는 피너 캐년 첼시 사장이 참석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첼시는 영어와 한국어 외에 중국어 홈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한국어 서비스를 가장 먼저 시작한 아스널은 태국어 홈페이지도 갖고 있다. 맨U는 영어와 태국어로, 리버풀은 영어와 한국어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시즌이 끝난 뒤 프리미어리그 팀의 아시아 투어는 정례화되다시피 했다. 2003년 6월에는 첼시.뉴캐슬U.버밍엄시티가 말레이시아를 방문했고, 2005년에는 볼턴.에버턴.맨체스터시티가 태국을 찾았다.

◆프리미어리그의 큰손으로=프리미어리그팀 유니폼에서 아시아 기업의 이름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첼시는 2005년 삼성전자와 5년간 5000만 파운드 규모의 유니폼 스폰서 계약을 했다. 설기현의 소속팀인 레딩의 스폰서는 일본 전자업체 '교세라', 포츠머스의 스폰서는 역시 일본 전자업체인 'OKI'다. 에버턴 선수들은 태국 맥주인 '창(Chang)'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뛴다.

여기에 다음 시즌부터는 풀럼이 가세한다. 풀럼은 올 초 LG전자와 3년간 유니폼 스폰서 계약을 했다. LG전자 측이 요구한 '계약기간 중 한국 선수 보유'라는 조건까지 수용하면서다. 프리미어리그 20개 팀 가운데 5개 팀이 아시아 기업의 로고를 달았다.

장혜수 기자<hschang@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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