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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력 어느정도일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북한 바둑은 역사가 짧다. 건국후 민속놀이로 겨우 맥을 이어오다 최근 두뇌스포츠로 공식 지정되면서 본격적인 눈을 떴다. 따라서 기력은 한· 중·일에 견주면 한수 아래. 그러나 바둑계를 10대 꿈나무들이 주름잡고 있는만큼 전망은 무척 밝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바둑을 총괄하는 부서는 89년8월 발족된 국가체육위원회 산하 바둑협회. 초대회장이 프로레슬러 역도산의 둘째사위인 박명철 현국가체육위원장이었지만 지금은 아리송한 상태다.
협회창설과 함께 평양 청춘거리 탁구회관내에 「바둑회관」을 짓고, 각 도의 소년문화궁전에 대국실을 설치하는등 저변을 넓혀왔다. 대국실은 모두 다다미방으로 꾸며놓아 외형은 일단 일본풍을 쫓고 있다는게 북한을 다녀온 일본기사들의 얘기.
바둑인구는 1만여명 정도. 북송교포및 자제, 정책적으로 키워진 고등중학교학생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들은 한해 3차례 열리는 전국 바둑대회를 통해 실력을 겨루고 이중 성적이 우수한 사람이 전문기사로 발탁된다.
바둑지도는 20여년전 북한으로 건너간 일본관서기원출신 허리 5단이 맡고 있다. 때문에 그는 북한바둑계의 유일한 프로기사인 동시에 최고의 사범인 셈.
바둑수준은 아마5∼6단이 20여명 선으로 알려져 있다. 급수는 자체적으로 매기지 않고 일본기사와 비교해서 정해진다. 이 가운데 최고수는 92, 93년 연속 국내대회를 석권한 아마6단의 문영삼군(14·평양 금성제2고등중학교 4년).
문군은 지난해 5월 일본지바 (간섭) 에서 열린 세계아마선수권에 첫 출전, 4승4패의 기록으로 20명중 15위를 차지한 북한 바둑의 대들보다 기력은 아직 프로 정상급에 3,4점정도 수준이지만 기재가 뛰어나 4∼5년 후에는 어깨를 겨룰만하다는 게 대체적 시각. 문군은 집요하고 깊은 수읽기, 확신이 설 때까지 착점않는 침착한 대국태도, 오동통한 생김새가 남한의 「소년도인」 이창호를 쏙 뺐다고 한다.
이밖에 91년 전국대회서 우승한 김광수(18)최명선(11) 5단, 홍일점 천재기사 최은아2단 (8· 함흥정성인민학교2년) 등도 기대주로 꼽힌다.
특히 최양은 작년 10월의요코하마 소우데츠배 세계여류아마선수권에서 4승3패로 8위에 입상, 주위를 깜짝 놀라게했다.
즉, 최양은 문군과 함께 북한 바둑계를 짊어진 남녀 쌍두마차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대개의 북한 기사들이 조총련산하 재일조선인바둑협회를 통해 한국기원발행의『바둑』지를 본다는 점이다. 그러나 바둑용어는 남한과 달리 우리말을 많이 쓰고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 예컨대 화점· 고목· 소목은 각각 별· 웃별· 아랫별로 부른다. 또 같은 우리말이라도 회돌이·꽃놀이패·포도송이는 흘치기· 놀아리패· 호떡으로 표현, 다소 차이가 난다. <김국후차장·유영구·오형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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