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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의원들 자구 안간힘/재산공개 파문 불길… 급박한 민자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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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청와대·당직자 찾아 해명급급/경찰·국세청 등 동원 정밀실사
재산공개파동으로 청와대와 민자당이 벌집을 쑤셔놓은 양상이다. 『10명이다,20명이다』는 등 조사대상 의원수를 놓고 추측과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구설수에 오른 의원들은 숨을 죽인채 사태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청와대는 물의를 일으킨 의원들의 재산실사를 일단 민자당 자체조사에 맡겨놓았지만 문제의원의 「문제점」을 별도로 유형별로 정리해 김 대통령에게 보고.
청와대는 재산공개과정에서 나타난 문제형태를 ▲은닉 ▲탈세 ▲부동산투기 ▲축소공개 ▲부동산과다보유 등으로 구분하고 내부실시와 여론수렴을 거쳐 경중을 가린 다음 ▲경고·정직 ▲위원장·당무위원 등 당직사퇴 ▲출당 ▲의원직 사퇴 ▲사법처리 등의 조처를 취하기로 했다.
한 고위관계자는 20여명의 대상의원에 대한 제재폭은 우선 국민들의 인식에 달려있다는 「여론의 향배」에 무척 신경.
이 관계자는 또 김 대통령이 몇몇 의원에 대해서는 정밀조사 하도록 지시했다면서 그 대상이 10여명선인지,20여명선인지는 가변적이라고 설명. 그는 대체적인 조사가 돼있어 내주초에는 구체적인 조치가 내려질 수 있을 것이라며 몇몇에 대해서는 의원직 사퇴까지 종용할 생각이나 의원은 선출직이므로 민자당으로선 일단 출당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
○대상인원 가변적
이 관계자는 이어 K모의원 등에 대해선 형사처벌도 배제할 수 없지만 그럴수록 의원직을 기쓰고 보유하려 들 것이기 때문에 의원직사퇴는 「당장」은 어려울지 모른다고 했다.
○…이같은 기본전제위에 오르내리고 있는 의원은 20명을 넘고 있다.
임춘원의원 등은 대표적 은닉혐의이며 부동산투기 혐의에는 박준규·김문기·정동호·남평우·유학성·김인영의원 등 15명이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에는 특히 부인이나 자녀명의로 「위장보유」한 사례가 많아 탈세혐의가 추궁될 것 같다.
○비서실방문 헛걸음
축소공개로는 이명박·금진호·박규식·서정화의원 등 10여명이 조사되고 있으며 이들중에는 부동산투기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도 있다.
이밖에 이원조·김영진·구자춘의원과 원외당무위원인 김수한의원 등에 대해서는 위장증여·과다보유·투기 등을 추적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처리 불가피설이 나도는 김문기의원은 24일 오전 청와대를 방문,주돈식정무·김영수민정수석의 면담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이원조의원 등은 청와대수석들에게 별도의 소명자료를 보내 설명하는 등 자구에 총력.
○…김영삼대통령은 사회일각의 전직대통령의 재산공개문제에 대해선 원치 않고 있다고 한 관계자가 전언.
그는 『과거지사를 들추지 않겠다는게 김 대통령의 기본입장』이라면서 『재산공개는 본인이 알아서 자율적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로 청와대측이 간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
그는 또 재산을 공개해야 하는 공직자 대상에 대해서는 26일까지 구체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했는데 1급이상과 직급은 낮더라도 시장·군수 등 지방관서장은 포함될 듯.
○…부동산 과다보유·투기·탈세혐의로 구설수에 오른 민자당의원들은 당의 실사착수외에도 경찰·국세청 등의 현장조사가 진행되는 낌새가 보이는 등 구체적인 조치가 옥죄어들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실사대상이 20명에 이른다는 소문에 돈많은 의원들은 너나 할것없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일부 의원들은 의원직 사퇴여부와 재산사회헌납 등을 심각히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의장직 사의를 표명한 박준규의장은 의장공관에서 외부와 연락을 끊고 사태추이를 관찰하고 있으며 김문기의원은 25일중 당조사특위에 출석,자신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맏손자에게 4억여원(공시지가)짜리 주택 증여로 비난이 쏠리고 있는 이원조의원은 『문제의 집이 아버지때부터 살던 집이어서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손자에게 물려준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한일이 이런 결과를 받을줄 몰랐다』고 후회.
유학성의원도 한때 국방위원장직 자진사퇴선언을 검토했다가 『당의 조사결과를 지켜본뒤 결정하라』는 고위당직자의 권유 등에 따라 「당명」에 따르는 형식을 밟기로 했다. 그러나 사퇴는 피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정호용의원은 군장성으로서의 지위를 부동산투기에 이용했는지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으나 본인은 이를 부인.
『학교법인 오상학원에 출연을 많이해 재산이 별로없다』며 24억원을 신고한 김윤환의원에게도 「재산에 돈을 낸 것이 없다」는 의혹이 달라붙기 시작.
이에 대해 현재 영국을 방문중인 김 의원의 측근들은 『「재단에 돈을 냈다」는 말의 의미는 김 의원의 부친이 재단에 돈을 많이 내 김 의원이 상속받은게 거의 없다」는 뜻이었지 김 의원이 직접 재단에 돈을 냈다는 것은 아니었다』고 알쏭달쏭하게 해명.
○…한 고위당직자는 25일 박준규국회의장·김문기의원에 대해 『국민정서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며 박 의장에 대해서는 정계은퇴 내지 출당가능성을,김 의원에 대해서는 의원직사퇴는 물론 구속처리 가능성까지 언급해 주목.
이 당직자는 『부동산을 그냥 사고 판것도 아니고 집없는 사람을 상대로 임대업을 한 것은 도덕적으로 용납되기 어렵다』고 박 의장을 비난.
또 김 의원의 막대한 부동산에 대해 『상지대의 교수채용비리,학생들을 겨냥한 용공음해 등이 재산의 자금난 때문인줄 알았더니 전혀 아니더라』며 『너무 심했다』고 분개까지 하는 모습.
그는 『어린 손자의 이름으로 집을 사준 이원조의원도 큰 문제 아니냐』면서 『차제에 당에서 명명백백히 진상을 가려내 후유증이나 뒷말이 다시 나오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재산공개 한파가 몰아닥친 민자당의 최형우사무총장과 투기의혹을 받고 있는 유학성의원(전 안기부장)이 5공초에는 정반대 입장이었다는 후문.
한 민주계의원은 25일 『80년 신군부가 최 총장을 부정축재자로 몰아 3천7백만원이라는 「축재액수」까지 발표할 즈음 유 의원은 안기부장에 재직하고 있었다』고 두사람의 「악연」을 설명. 그는 이어 『당시 TV에서 연일 최 총장이 죄인인양 보도되자 충격을 받은 최 총장의 자녀가 학교에 가지 않은 적도 있었다』며 『이제 누가 진짜 축재자인지 명백해졌다』고 말했다. 최 총장은 이밖에도 5·17직후 서빙고 보안사분실에 끌려가 혹독한 고문과 수모를 받았었다.
○5공땐 정반대입장
○…재산공개에 따른 물의를 당차원에서 마무리짓기에 바쁜 민자당 당직자들은 25일 아침 최형우총장·권해옥부총장(재산공개진상조사특위 위원장)을 중심으로 회동을 거듭하는 긴박한 분위기. 특위위원인 권 제1부총장과 조부영제2부총장은 최 총장이 출근하기전부터 보고자료를 들고 기다리다가 총장이 출근하자 집무실내 밀실로 들어가 보고. 최 총장은 이어 김종필대표방을 찾아가 독대한뒤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김영구총무·김종호정책위의장·강재섭대변인·백남치기조실장 등과 구수회의.
○…재산공개 진상파악특위는 25일부터 당사밖 비밀장소에서 문제의원들에 대한 본격조사를 시작.
특위는 최단시일내에 사태를 수습한다는 계획아래 이번주안에 도마위에 오른 의원들의 공개재산에 대한 실사를 마치고 빠르면 주말께 김영삼대통령에게 보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위는 국세청·감사원·검찰·경찰 등의 협조를 얻어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특위의 한 관계자는 『조사의 총사령탑은 청와대 민정비서실이며 이미 민정비서실의 지시를 받은 경찰·국세청 관계자들이 문제의원들이 소유한 부동산 소재지로 내려가 확인작업을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현재 특위가 조사대상으로 삼고있는 의원은 박준규국회의장,김재순 전 국회의장과 유학성·김문기·임춘원·서정화·금진호·강우혁·이원조·이영창·정동호·김운환·남평우·김인영·이승윤·오세응의원 등 20여명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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