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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핵」 대응 미 속뜻 탐색/한승주외무 왜 워싱턴가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안보리 이관전 수습을 모색/북과 협상메뉴도 서로 조율
새정부 출범과 함께 북한핵문제가 국제적인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한승주외무부장관이 23일 유엔과 미국·일본으로 「북한핵 조율」 순방길에 올랐다.
김영삼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미국·일본과의 관계를 우리 외교의 축으로 삼겠다고 말해왔다. 이런 김 대통령의 외교노선에 따라 한 장관의 미·일 순방은 취임 직후부터 예정됐었다. 그러나 갑자기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함에 따라 일정과 의제가 조금씩 조정됐다. 북한의 NPT탈퇴의 안보리이관에 대비해 유엔방문이 추가되고,출발일도 일주일 정도 빨라졌다. 그만큼 이번 순방은 북한 핵문제에 대한 논의에 집중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한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인정한대로 양국은 북한과의 거리차이만큼 이 문제를 보는 시각이 다를 수 밖에 없다. 한국이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한민족의 안전을 먼저 생각한다면 미국은 지구의 안전을 위해 위험한 핵무기의 확산을 막는데 힘을 쏟을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이런 현실이 자칫하면 상대측의 의도에 대해 오해를 일으킬 수도 있다. 더군다나 두 나라에 모두 새 정부가 들어섰고,새로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이번 한 장관의 순방도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신뢰의 기반을 다진다는 데서 가장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미양국은 국제기구를 통한 압력과 양자간 협상이라는 두가지 길을 따라 북한 핵문제를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국제기구에서는 북한에 일방적인 의무 이행을 강요할뿐 양보안을 내놓을 입장이 아니다. 따라서 국제기구는 분위기를 조성할 뿐이고,협상은 뭔가 주고 받을 것이 있는 양자 사이에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양자 협상은 남북 직접협상을 비롯해 미·북한협상,중국을 중간다리로 한 협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협상할 흥정거리가 모두 한·미 두나라에 함께 걸린 문제들이라 남북협상이든 미·북한협상이든 한·미 두 나라가 협상시기와 방식,양보할 수 있는 내용들에 대한 의견을 조정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한 장관은 어떤 방식을 통해서든 북한의 핵개발은 저지해야 한다는데는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양자 회담을 통해 합의를 이루어도 거기에는 반드시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을 관철하는 수단으로 군사력이 동원되는 것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당사자로서 좀더 이 문제를 고민한 우리의 입장이 많이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장 관철을 낙관했다. 북한은 최근 남북협상보다는 미국과의 직접 거래를 희망하고 있어 이 과정에서 「남북문제의 당사자 해결 원칙」이 얼마나 관철될지도 관심거리다.
그동안 양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에 내놓을 협상안으로 팀스피리트훈련의 중단,미·북한간 고위급 대화 시작,남북경협,미국이 북한에 대해 먼저 핵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PSA)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가운데 북한이 NPT탈퇴의 직접 구실이 된 팀스피리트훈련은 먼저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다른 부분들은 북한의 태도변화를 전제로 해서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이 정부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북한은 NPT가입 이후 줄곧 핵공격 위협의 중지를 요구해왔다. 이것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주변강대국들이 보장하는 것으로 핵문제에 대한 다자간 해결방식이 된다. 이렇게 될 경우 비핵화라는 방식을 던질때처럼 「비핵지대화」 방안이 다시 제기될 수도 있다.
이런 분위기는 다자안보체제 문제를 더욱 중요한 의제로 만들 것이 틀림없다. 이것은 북한의 핵무기개발 저지뿐 아니라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의 사전봉쇄를 위해서도 동북아 국가들간의 안보협의 필요성이 커진만큼 상당한 의견 접근도 기대된다. 그러나 역시 한 장관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과연 미국이 북한의 핵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그 의중을 파악하는 일일 것이다.<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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