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구조 왜곡 우려/공산품값 1년간 동결 뜻은 좋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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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수급불안… 이중가격 불러/상승요인 경영합리화로 풀어야/경제전문가·노총 등 반대입장
정부와 재계가 화답하듯 제시한 공산품가격 1년간 동결에 대해 『의지는 좋지만 잘못하면 더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마디로 물가안정은 정상적인 경제활동의 「결과」지 「목표」가 아닌데도 시장경제의 원리를 어겨가며 물리적으로 물가를 잡아봐야 어느시점에 가서는 결국 한꺼번에 올릴수 밖에 없어 물가구조만 왜곡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물가를 관리한다는 것 자체가 시장경제체제하에서는 원칙에 맞지않는 일인데다 억지로 물가를 잡아봐야 물건을 사기가 어렵게 되거나 웃돈을 주고 사야하고 포장만 바꾼 「신제품」이 횡행한다거나 서비스가 엉망이 되다 결국은 이들을 이유로 한꺼번에 값을 올려주는 경험을 또 하게되는게 아닌지하는 우려도 크다.
김종석홍익대교수(경제학)는 『임금이나 공산품가격을 동결하는 등의 「소득정책」은 인플레 심리가 높을때 성공할수 있다』며 『최근의 우리처럼 인플레의 원인이 낮은 생산성과 기술에서 비롯된 구조적인 것이어서 스태그플레이션의 양상을 보일때는 그같은 정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잠시 억지로 찍어누른 물가는 일정기간 후 단번에 튀어오르게 된다』며 『인플레의 진정한 해악은 물가상승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한 경제의 불확실성이므로 차라리 매달 1%씩 물가가 오르는 경제가 낫지 12개월 후 단번에 12%가 오르는 경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문시설 삼성경제연구소 국내경제 수석연구위원은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가격을 외압적으로 결정하면 수급불안정이 오거나 이중 가격이 형성될 위험이 높다』고 지적하고 현재도 악화된 채산성이나 수입원자재 가격변화 등 기업만이 떠안기에는 부담이 되는 외부적 변수 등을 고려할때 『가격동결 제의는 물가안정에 함께 노력하자는 「의지」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김종완 한국노총부위원장은 『연초부터 공공요금 등 오를 물가는 다 올랐고 현재도 물건이 안팔려 아우성인데 공공요금과 공산품가격 동결은 물가하락에 영향도 별로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이미 제시한 임금협상안(9.2%인상)은 충분히 양보한 것이며 공산품가격 동결은 임금과 연계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사용자들이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팔을 걷어붙이고 앞장서야 경제위기가 극복되는 것인데도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정부에 이것저것 해달라고 요구나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근로자들은 생산과 소비의 주체며 봉급을 어느정도 올려줘야 근로의욕도 살고,경기도 회복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공산품 가격동결을 제시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일정이나 세부대상 등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며 『조만간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소기협중앙회 김청성정책실장은 『임금동결·공산품가격동결이 쉬운 것만은 아니고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보다 원가상승압력의 강도가 심하다』고 말하고 『그러나 사회각계의 고통분담이라는 차원을 고려해 가격상승요인을 내부에서 경영합리화 등으로 해소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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