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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주민들이 잘도 뽑아주더라”/가난한 의원3총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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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사글세 아파트에 독지가가 사준 승용차뿐 김호일/원주서 기차타고 청량리와서 전철로 출근 박경수/세비절반 저축하며 남은 돈 쪼개 바깥활동 유승규
여당의원직에 걸맞지 않게 재산이 너무 적어(?) 화제를 모으는 「가난뱅이 3총사」.
22일 재산을 공개한 민자당 박경수(원주·횡성),김호일(마산 합포),유승규(강원 태백)의원 등 3명은 한달 3백여만원(세금제외)의 세비만으로 묵묵히 의정활동을 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재산 공개액수 1천3백여만원으로 단연 꼴찌에 오른 김 의원의 경우 공개항목수도 집과 쏘나타승용차 등 단 두가지에 불과,2관왕을 차지했다. 특히 집(5백만원)보다 자동차값(8백만원)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난 점이 특징.
12,13대때 연거푸 낙선,지난 7년동안 처와 세딸 등 온가족이 친척집에 얹혀 살아온 김 의원은 지난해 처음 당선된 직후 고교후배의 도움으로 서울 여의도 목화아파트(27평)에서 홀로 자취생활을 하고 있다. 10개월치 선금 1천만원을 낸 사글세인 이곳은 이미 5개월을 살았기 때문에 공개한 집값 5백만원도 5개월후엔 무일푼이 될판.
한 독지가가 12개월 할부로 사준 자동차는 서울에서만 타고 다니며 지역구에서는 택시와 버스를 이용한다. 지역구에서 올라오는 청첩장도 1년에 5∼6차례에 불과할 정도고 결혼식은 4천원짜리 앨범으로,상가는 1만원짜리 양초와 향세트를 보내는 것으로 대신한다. 세비중 월1백만원씩을 마산 사촌형님댁에 얹혀사는 가족에게 보내고 있는 그는 「없으면 없는대로 살아나가야 되는 법」이라고 했다.
직접 지은 산비탈 집·논밭에다 가축과 축사까지 몽땅 합쳐 6천5백만원의 단출한 재산을 공개한 박 의원은 국회가 열리지 않을땐 비서들과 함께 농사에 몰두한다. 농촌총각에게 시집오는 색시들에게 한마리씩 안겨주려는 생각에서 키우는 송아지가 지난 한햇동안 14마리가 나갔을 정도로 「농촌총각 장가보내기운동」에 열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6개월 할부로 난생 처음 구입한 지프는 지역구에서 타고 다니기 때문에 국회가 열리면 원주에서 기차를 타고 상경한다. 청량리에서 전철을 타고 대방역에서 택시를 잡아 국회로 출근하며 저녁에는 광명시에 있는 둘째딸집에 머무른다.
돈이 필요할 때마다 그도 여느 농민들처럼 농협에서 빚을 내고 매월 세비로 조금씩 갚아나간다. 이리저리 떼이고 남은 세비는 지구당·개인활동비·사료값으로 쪼개쓰는 실정. 결혼식 주례를 서며 3천원짜리 앨범을 선사하는 것외에 일절 경·조사비를 내는 법이 없지만 『그래도 지역주민들이 재선시켜주더라』로 자랑한다.
1억8천만원의 재산을 공개,3명중 수위를 차지한 유 의원은 20년동안 살아온 태백시의 자택(5천5백만원),딸과 함께 지내는 서울 사당동 전셋집(4천만원),4년전 당원들이 모금해 얻어준 지구당사무실(전세 4천만원)과 저축 2천만원이 주된 항목.
포텐샤 92년형 승용차는 사업하는 고교동기들이 사줬으며 광부시절 들인 습관대로 지금도 세비 3백만원중 절반은 무조건 저축한다. 남은 돈을 쪼개어 바깥활동을 해나가는데 『조금도 불편이 없다』며 『정치하는데 정말 많은 돈이 필요한 겁니까』라고 반문한다.<권태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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