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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재산 내역을 뜯어보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기업체 소유 이 부총리 「꺾기」 당한 흔적/주식소유 8명중 5명 액면가로 신고
18일 공개된 각 부처 장관과 청와대 비서진의 재산 내역을 뜯어보면 집집마다 다른 재산관리의 「가풍」을 어느 정도 짚어볼 수 있다.
장관들의 전직과 집안 배경에 따라 재력에 큰 차이가 나는데,재산이 단출한 일부 장관을 제외하면 대부분 금융상품·부동산 등에 골고루 분산 투자를 해놓고 있어 재테크의 기본원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서울 논현동에 살고 대신기계공업이라는 크지 않은 기업체를 하나 운영하고 있는 이경식부총리는 대신기계의 주거래은행인 상업은행 구로동지점 한 곳에만 본인(3백만원),부인(2백50만원),장남(5백만원),큰 며느리(5백만원),차남(4백만원),작은 며느리(3백50만원) 등 일가족 모두가 총 2천3백만원의 정기예금을 들어놓고 있어 주목.
일부에서는 부총리도 자그마한 기업을 하자니 할 수 없이 꺾기를 당한 것이 아니냐고 섣부른 추측을 하기도 하는데,이에 대해 상업은행측은 『평소 거래가 있으니 이왕이면 거래은행에 정기예금을 들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등은 거의 없이 제도금융권의 저축이 많기로는 윤동윤체신장관이 단연 으뜸.
윤 장관은 본인이 7개의 예금계좌를 갖고 있는 것을 비롯,부인 6계좌,맏딸 10계좌,둘째 딸 5계좌,장남 3계좌 등 일가족 모두 31개의 통장을 갖고 있는 「저축 가족」으로 저축금액은 2억원이 넘는다.
반면 허신행 농림수산부장관은 집과 콘도회원권·시골의 밭을 제외하고는 주식이나 예금 등 금융저축이 한 푼도 없어 대조. 또 재산세 과세표준금액으로 신고한 것이기는 해도 전남 동광양시 모친명의의 주택은 가액이 8만4천6백원.
또 이해구내무장관의 경우 미성년자인 자녀 3명의 명의로 세금우대저축 등 모두 7천여만원의 예금을 들어두고 있는데 세법규정상으로는 미성년 자녀 1인당 재산 1천5백만원까지만 증여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되지만,현실적으로는 금융실명제가 안된 상태에서 금융자산을 근거로 세금을 매기지는 않는다는 것이 세무당국의 이야기다.
○…주식을 갖고 있다고 공개한 장관 8명중 김두희 법무·김철수 상공·최창윤총무처장관은 시가로 계산해 밝혔으나 나머지 5명은 액면가로 공개해 대조. 이중 비상장주식이어서 시가를 따지기가 곤란한 이경식부총리·홍재형 재무·이계익 교통장관은 예외로 치고,고병우 건설·송정숙 보사장관의 경우 액면가가 실제 시가의 3분의 1이나 4분의 1 수준이라는 것이 증권가의 입방아.
○…공개한 재산이 비교적 단출하기로는 권영자 정무2·이인제 노동·권영해국방장관 등을 꼽을 수 있는데,권 정무2장관은 특히 노후생활연금신탁·세금우대적금 등 예금종류나 금액면에서 「보통 집안」의 모양새를 그대로 나타내고 있을뿐 아니라 「사용가능한 현금」 6백만원도 신고,현금 형태의 재산을 공개한 유일한 장관이 됐다.
○…기부금을 내고 있는 장관을 거의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서 황산성환경처장관만은 가장 많은 재산을 공개한 장관답게 본인명의의 장학기금에 2억5천2백만원을 내놓고 있어 이채.
황 장관은 또 다른 일부 장관들처럼 정기예금·정기적금 등 금리가 낮은 예금이 아닌 신탁·수익증권 등 고수익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재산을 공개,가장 「사실」에 가까운 재산 공개가 아니냐는 평을 금융계로부터 듣고 있다.<김수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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