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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서 낚시하고 조개 따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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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새해가 밝았지만 정치권과 경제 상황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기는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올해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과 일에 대한 기대감에 부푼 이웃도 적지않다. 새해에 꿈을 성취하기 위해 진력하는 부산.울산.경남 사람들의 열정과 삶을 소개한다.

우리나라서 조류 흐름이 가장 빠른 경남 남해군 삼동면 지족리 지족해협. 창선섬과 남해 본섬간 거리가 6백20m밖에 되지 않아 썰물 때 시속 13~15㎞의 조류가 '쏴악'하며 흐른다. 이순신 장군이 조수 간만의 차를 이용해 왜선을 섬멸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지족해협의 천혜의 어촌환경을 자랑하는 지족1.2.3리 마을이 새해부터 어촌 체험관광마을로 탈바꿈했다.

3년 전부터 공사에 들어간 죽방렴(竹防簾)관람대, 관광 안내소, 낚시 바지선, 수산물 판매장 등의 기반시설을 지난해 말 준공, 관광객 맞을 준비를 끝냈다.

전체 사업비 10억5천만원 중 2억8천여만원은 어촌계원들이 부담해 경남 지역서 처음 문을 열었다.

체험마을에는 한희찬(韓熙粲.73)계장 등 1백26명의 지족어촌계원들의 땀과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한 계장은 "환경 오염 등으로 줄어드는 수입을 관광소득으로 보전하기 위해 체험마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곳에서는 다른 어촌에는 없는 죽방렴 멸치잡이를 체험할 수 있다. 죽방렴이 설치된 바다 한 가운데까지 관람용 다리를 놓아 관광객들이 곁에서 지켜볼 수 있도록 했다.

물때에 맞춰 하루 두 차례 멸치를 건져내육지로 옮겨 데친 뒤 말리는 과정을 생생하게 구경할 수 있다.

그는 "우리 마을에만 있는 죽방렴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만 차별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가족끼리 즐길 수 있는 낚시 바지선도 2대 설치했다.

지족 해협 가운데 떠 있는 낚시 바지선은 고기를 잡은 뒤 직접 조리까지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관광객들이 바지락(봄), 굴(여름~가을), 개불.미역(가을~겨울) 등을 계절별로 채취할 수 있는 개펄 체험장도 연다. 개펄 훼손을 줄이기 위해 3개 마을별로 돌아가며 개펄 체험장을 개장 할 계획이다.

관광객 맞이 준비를 끝낸 한 계장은 "이 달부터 전국의 교육청과 학교에 안내장과 협조공문을 보내고 테마여행 전문 관광회사들을 찾아 다니며 홍보활동을 펼치겠다"며 꿈에 부풀어 있다.

정보화 마을로 선정됨에 따라 보급되는 컴퓨터 50대를 활용해 인터넷 홍보도 본격화 할 계획이다.

그는 부족한 숙박시설 확충을 위해 "민박집 뿐이지만 펜션 단지 등을 유치하기 위해 민간 투자자를 찾아 다닐 계획"이라고 말했다.

숙박시설 유치를 위해 어촌계가 보유한 바닷가 1천5백여 평을 부지로 내놓았다.

그는 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해양수산부와 남해군 등의 긍정적 평가에 고무돼 있다. 그는 "다른 지역 어촌계와 달리 어촌을 살리는 내용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관광 소득을 높이기 위해 어촌계는 체험시설 입장료를 받을 계획이다. 낚시 바지선은 1만원 개펄 입장료는 5천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으며 죽방렴 관람대 입장료는 미정이다.

그는 "삼천포~창선 연륙교 개통에 맞춰 어촌 체험마을을 조성하자고 5년 전부터 군에 건의했다"라며 "2001년 해양수산부가 우리 마을을 시범지역으로 선정하면서 본격화 됐다"라고 추진과정을 설명했다.

"일본 야마구치의 한 어촌이 체험 마을로 탈바꿈 한 뒤 관광객이 몰려온다는 소식을 듣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그는 "어촌계원들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마련한 프로그램인 만큼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체험문의 055-867-5989

김상진 기자

*** 죽방렴

전국에서 사천과 남해에만 있는 원시어업의 하나. 지족해협에 22개가 있다. 물에 잘 썩지 않는 참나무 말뚝을 V자 형태로 꽂아 물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고기가 몰리도록 유도, 건져내는 방식이다. 그물로 잡는 멸치는 상처를 많이 입지만 죽방렴은 비늘 하나까지 살아 있다.

죽방염에 잡힌 멸치는 뜰채로 조금씩 떠서 데치기 때문에 비늘 하나 파손되지 않고 원형 그대로 유지된다. 문헌엔 1천5백년 전에 존재한 것으로 기록돼 있지만 일제시대인 1920~30년대 일본인들이 많이 설치했다.

한때는 1백여 개에 달했던 죽방염은 삼천포화력발전소와 다리 건설 등으로 철거되고 지금은 44개(사천 21개, 남해 23개)가 남아 있다.

어족보호차원에서 관할관청에서 증설허가를 내주지 않아 갈수록 줄고 있는 것이다. 현재 경남지역의 연간 죽방멸치 생산량은 연간 40~50여t 정도로 죽방렴 한 곳당 연간 7천만~8천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최상급 죽방멸치 가격은 2㎏에 30만원으로 보통 멸치값의 10배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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