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 경제시대 본격개막 선포/이붕총리 전인대 국정보고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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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경제건설 강조… 개혁·개방확대/“부패로 민심 이탈” 지적 눈길
중국 국무원총리 리펑(이붕)이 15일 제8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1차회의에서 행한 「정부공작보고」는 지난 5년간 국정전반에 걸친 실적을 결산하면서 중국의 신경제질서로 사회주의 시장경제 시대가 본격개막됐음을 선포한 것이다.
이붕총리는 이날 41개항에 걸친 1만7천여자의 방대한 「보고」를 통해 「하나의 중심」이 「경제건설」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
『사회주의의 근본임무는 생산력의 해방과 발전이다. 지난 5년간 당과 국가는 국내외의 복잡한 문제에 직면해 오면서도 시종일관 경제건설을 중심으로 삼아왔다. 이는 시대의 흐름과 국정에 부합되며 민심에 부응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같은 「경제중심」에 이어 이붕총리는 개방·개혁의 확대를 제기하였으나 4개 노선견지가 들어가야 할 대목에서 사회정치적 안정유지가 필수적이라는 항목으로 이를 대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붕총리가 부패문제를 정식 제기한 것은 중국정부의 보다 실무적인 자세변화로 평가된다.
산업구조 불균형,농업 및 기초공업의 낙후,제3차산업의 부진 등 경제문제를 열거한뒤 정부기구속의 관료주의·형식주의,그리고 부정부패 때문에 민심을 이반시키는 행위의 척결이 절실함을 솔직하게 시인하고 있다.
지난 5년간 평균 성장률이 7.9%를 기록했다고 밝힌 이붕총리는 「8·5계획」(제8차 5개년계획·91∼95년)의 성장목표 6%를 8∼9%로 상향조정할 것을 확인했다.
이 경우 개혁·개방초기에 제시됐던 『2000년까지 1980년 국민총생산액의 4배 달성』은 5년내(1998년)로 앞당겨 실현될 수 있다고 이붕총리는 밝혔다.
앞으로 5년을 중국 근대화 작업의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한 이붕총리는 지난해 10월 중공당 14차 대회에서 채택한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발전을 위해 국유기업(소유와 경영을 분리시켜 종래의 국영기업의 명칭을 바꿈)의 경영방식전환,각종 시장육성,가격개혁,노동제도 및 주택제도개혁,그리고 거시경제적 관리를 국정운영지표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이붕총리의 의욕적인 청사진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공업기업의 경우 적자폭이 4천4백여억위안(한화 약 60조원)을 기록했고 이중 국영기업이 80%를 점하고 있어 커다란 재정부담을 안기고 있는 것이다.
외교부문에선 주변국과의 우호관계발전과 평화적이며 안정된 정세확보가 중국외교의 중심과제라고 밝히면서 중국·북한간 전통적인 우호관계가 공고히 발전되는 한편 한중관계는 국교 수립으로 양국관계가 전면적으로 발전하는 기초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이는 남북한에 대한 현상유지적인 중국의 등거리 외교정책을 확인한 셈이다. 이붕총리는 이밖에 미국 등 서방세계와 마찰을 빚어온 인권문제와 관련,중국도 국제사회와 더불어 인권신장에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해 유화제스처를 보였다.
이붕총리는 지난 5년간 보수기조의 역할에서 벗어나 제2단계 경제발전을 주도할 실무적인 자세를 이번 보고를 통해 분명하게 보여주었다고 하겠다.<북경=전택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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