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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지아판 새 대통령 부인 룰로프스 외국어 능통·미모로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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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그루지야의 대통령 선거가 예상대로 미하일 사카슈빌리(36.(左)) 후보의 압승으로 끝났다. 사카슈빌리는 지난해 11월 '무혈(無血)혁명'으로 독재자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를 퇴진시킨 인물이다. 그러나 세계 언론들은 유세기간 내내 그의 곁을 지켰던 부인 산드라 룰로프스(35.(右))를 주목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룰로프스가 대선 승리의 숨은 주역이기 때문이다.

그루지야인들의 머릿속엔 지도자란 주머니 많이 달린 제복이나 입고, 정책만 잔뜩 강조하는 인물이라는 이미지가 박혀 있었다. 그런 국민에게 자유분방하고 격식없는 룰로프스의 모습은 분명 신선한 충격이었다.

유세 과정에서 전방위로 뿜어져 나온 그의 힘을 보자. 우선 그는 언어의 귀재다. 그루지야 최초의 네덜란드인 퍼스트레이디인 룰로프스는 국제투자상담사 출신답게 6개 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다. 일찌감치 '그루지야의 힐러리'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이 때문. TV 대담에서 능숙하게 대화를 이끌다 돌연 전자오르간을 연주하는 파격으로 시청자들의 찬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의 미모도 유세에 한몫 했다. 어깨를 덮는 붉은색 생머리에 보석같이 반짝이는 눈은 보는 이의 시선을 단번에 낚아챌 정도로 뇌쇄적이다. 룰로프스는 그러나 남편을 앞세우는 '전통의 미덕'을 잊지 않는다.

"남편은 준비된 대통령이다. 그는 그루지야 국민과 힘을 합쳐 새로운 세상을 만들 것이다."

천부적인 언어 감각을 갖고 있는 룰로프스가 대선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지난 4일 오후 당선소감을 묻는 각국 기자들에게 유창한 영어.프랑스어.그루지야어.러시아어로 전달한 메시지다. 룰로프스와 사카슈빌리는 1993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처음 만났다. 그곳에서 국제법을 공부한 룰로프스는 국제기구의 구호사업을 맡아 아프리카의 소말리아로 향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카슈빌리의 청혼을 받아들여 2000년 그루지야에 정착했다.

"이제 살림만 하는 퍼스트레이디 시대는 끝났다. 룰로프스 여사가 국제사회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그루지야의 얼굴이 되길 원한다"는 게 새해 그루지야 국민의 소망이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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