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中 광둥성 "인간에 사스 옮긴다" 사향고양이 소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중국 광둥(廣東)성은 5일 성(省)전역에 있는 사향고양이 1만여마리를 도살하는 한편 뱀.오소리 등 야생동물을 매매하는 시장을 전면 폐쇄키로 했다.

다른 지역에서 들어오는 사향고양이도 반입을 금지했다. 홍콩 정부 역시 진작 야생동물 반입 금지 조치를 내려놓았다.

사향고양이의 수난 시대는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해 봄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창궐할 당시 광둥에서 일하는 야생동물 요리사가 맨 처음 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이 드러나 소탕령이 내려졌다.

하지만 이번엔 강도가 훨씬 세다. 사향고양이가 가진 사스 바이러스가 사스 환자에게서 발견된 관상 바이러스와 99%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천여개의 아미노산 성분 중 11개만 다를 뿐 나머지가 똑같다는 것이다. 홍콩대학 의학원과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역시 유전자 배열 구조가 비슷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야생동물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 가운데 다섯명에게서 사스 항체가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자기도 모르는 새 사스에 걸렸다가 자연 치유됐다는 얘기다. 중국에선 사향고양이를 삶거나 볶아 정력식품.희귀요리 등으로 분류해 비싼값에 팔고 있다.

광저우(廣州)에서 두번째 사스 의심 환자로 관심을 모았던 20세 여성 역시 사향고양이와의 관계가 드러났다. 그가 일하던 식당은 해산물 요리 간판을 달고 있으나 야생동물도 취급했다는 것이다. 이 여성은 지난해 12월 30일부터 고열 증세를 보여 입원했다가 사스 의심 환자로 분류됐다.

하지만 광둥성 위생 당국은 "각종 검사 결과 사스 환자가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고 부인했다.

반면 지난해 12월 사스 의심 환자로 분류됐던 32세의 남성은 5일 '사스에 걸렸다'는 최종 진단을 받았다. 이 남성의 사스 감염 경로는 '쥐'로 추정될 뿐이다.

한편 대만.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각국도 사스 방역을 위해 공항.항만에서의 체온 측정과 건강 신고 등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말레이시아의 한 여성(31)이 고열에 시달림에 따라 사스 감염 여부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AFP통신이 5일 보도했다. 또 홍콩에서 가정부로 일한 필리핀 여성도 사스 증상이 나타나 격리 수용됐다고 5일 필리핀 보건 당국이 밝혔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