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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로 가동 중단' 미 정부에만 직접 통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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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은 영변 원자로 가동 중단 사실을 14일 미국 측에 직접 통보했다.

북.미 간 뉴욕 채널로 불리는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해서다. 영변 핵시설의 스위치가 꺼진 사실이 언론에 처음 알려진 것도 미 국무부의 브리핑에서였다.

더욱이 13일 북한군 판문점 대표부는 한국을 배제한 북.미 군사회담을 전격 제안했다. 한국을 배제한 북.미 대화 국면을 꾀하는 듯한 분위기가 엿보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뉴욕 채널을 활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은 핵 문제와 관련한 주요 결정.조치를 내릴 때 관영 중앙통신을 활용해 발표해 왔다.

정부 당국자는 "핵 폐기 약속 이행과 그에 따른 보상 과정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는 북한 당국의 유화적 태도가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과거에 핵 문제를 둘러싼 북.미 간 갈등상황에서는 일방적으로 '깜짝 발표'를 했지만 이젠 미국을 상대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하고 있다는 얘기다.

경남대 북한대학원 양무진 교수는 15일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북한은 2.13 합의 이행을 위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의지를 읽은 것 같다"며 "뉴욕 채널로 이번 통보가 이뤄졌다는 것은 양측 간에 신뢰가 쌓여 가고 있다는 징표"라고 말했다.

북한의 움직임을 둘러싸고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를 소외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대북 중유 제공 등 부담만 떠안을 것이란 주장이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18일 재개될 6자회담에서도 북한은 핵심 의제를 북.미 양자대화로 담판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그러나 남북 관계가 비교적 원만하다는 점을 들어 과거 대미 접근으로 한국을 고립시키려 한 북한의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상황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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