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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이안 "아이 낳지 못한 분들께 가슴에 못 박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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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안이 최근 한 토론방송에 출연, 신중하지 못한 발언을 한데 대해 사과 글을 올렸다.

문제의 발언은 이렇게 시작됐다. 12일 밤 EBS 토론카페에 출연한 이안은 ‘알파걸, 남성을 넘어서는 여성인가?’라는 주제로 전원책 변호사, 민희식 에스콰이어 편집장, 여성학자 오한숙희 등과 함께 토론했다. 토론 과정에서 이안은 전원책 변호사에게 “혹시 자식 있으세요?”라고 질문했고, 전 변호사가 “부끄러운 얘기지만 아직 없습니다”라고 대답하자 “진짜요? 그러니까 이러시는구나”라며 손뼉을 치며 웃었다.

전원책 변호사는 “방금 말씀하신 것은 정말 옳지 못한 토론 태도에요.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라며 화를 냈다. 그러나 이안은 계속 웃으며 “그것은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너무 위험한 발상들을 하셔서요”라고 맞받아쳤다. 결국 전 변호사는 “그건 정말 예의를 잃은 말입니다”라고 호통을 쳤다.

자신의 발언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이안은 14일 오후 각 언론사에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점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는 사과 글을 보냈다. 그는 장문의 글을 통해 “내 미니홈피 방명록의 글을 보며 한참 눈물을 흘렸다.

나를 욕하고 비난하는 분들이 야속해서가 아니라 아이를 원하지만 낳지 못하는 분들의 피눈물 나는 노력과 가슴 아픈 사연들을 보면서 제가 그 분들께 얼마나 큰 과오를 저질렀는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자녀가 없는 분들의 깊은 슬픔을 미쳐 알지 못했던 제가 그 분들 가슴에 못을 박는 말을 했다는 것이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다”고 용서를 구했다. 또 “전원책 변호사를 직접 찾아가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겠다. 진심이 담긴 저의 마음을 변호사님께 꼭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안이 각 언론사에 보낸 사과의 글 전문]

죄송합니다. 먼저 저의 경솔한 발언으로 인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점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그 동안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기사와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으며, 가슴깊이 반성하고 자숙하느라고 사죄의 글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12일 EBS ‘토론카페’에서 ‘알파걸, 남성을 넘어서는 여성인가’편에 패널로 출연했습니다. 평소 ‘토론카페’ 애시청자로서 논쟁의 장이 아닌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고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라 생각하고 프로그램 출연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제 미니홈피 방명록에 남겨진 글을 보면서 한참 동안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를 욕하고 비난하는 분들이 야속해서가 아닙니다.

아이를 원하지만 낳지 못하는 분들의 피눈물 나는 노력과 가슴 아픈 사연들을 보면서 제가 그분들께 얼마나 큰 과오를 저질렀는지 깨달았습니다. 자녀가 없는 분들의 깊은 슬픔을 미쳐 알지 못했던 제가 그분들 가슴에 못을 박는 말을 했다는 것이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제 발언은 분명 오해의 소지가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질책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반성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채워 나가겠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자숙하고 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전원책 변호사님께 직접 찾아가서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겠습니다. 진심이 담긴 저의 마음을 변호사님께 꼭 전달하겠습니다.

그날 방송을 마치고, 죄송한 마음으로 대기실에서 변호사님께 진심으로 사과를 했습니다. 변호사님은 따뜻하게 받아주시고, 격려까지 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그날 주제는 알파걸을 바라보는 남성의 시각과 알파걸의 긍정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자리였지, 알파걸에 대한 찬반논쟁의 자리가 아니었는데, 남성우월주의자-여성옹호론자들의 대립으로 비춰진 것이 여전히 아쉽고 송구스럽습니다.

그날 토론을 하면서, 알파걸이라는 주제를 넘어서 군대 가산점제, 여성 할당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여성을 평가하는 변호사님의 발언에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저는 ‘변호사님이 저와 같은 또래의 자녀를 키우시는 분이라면 요즘 세대들의 여성과 남성에 대한 시각과 생각을 잘 아실텐데..’ 라는 의구심에, 변호사님의 발언들을 이해하고자하는 의도에서 자녀분이 어떻게 되는지 여쭤봤습니다.

자녀분이 없을 거라고는 상상을 못했는데 “아직 없다”는 의외의 답에 놀라면서도 변호사님의 알파걸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비로소 이해 할 수 있었습니다.

그 감정이 격앙되어 “아, 그래서 그러시구나. 저분이 우리 아버님이면 참 힘들었겠다”라고 응수했습니다. ‘아~ 자녀분이 없으셨기에 요즘 시대의 여성에 대한 사회적 관점이 나와 달랐던 거구나’라고 변호사님의 생각을 이해했다는 반가움이 강하게 나타나서 박수를 치고 미소를 지었던 것입니다.

상대의 입장에서 저의 언행을 본다면 비웃었다고 오해할 여지가 충분하여, 저의 경솔한 태도와 발언에 대해 깊이 반성했습니다.

갑작스럽게 변호사님의 표정이 바뀌면서 언성을 높아지고 불쾌함이 역력히 보여 제가 한말에 오해가 생겼음을 인식하고 당황했습니다. 방송 중에라도 즉각적으로 불손했던 태도에 대해 사과를 하고 변호사님께 용서를 구했어야 옳았습니다. 저의 불찰로 인해 EBS제작진과 오한숙희님을 난처하게 한 것에 대해서도 사죄드립니다.

이번 일은 전적으로 저의 부족함과 겸손하지 못한 태도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여러분의 분노를 풀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공인이라는 책임과 신분을 망각하고 경거망동함으로 얼마나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는가. 또한 불임가정의 한숨을 덜어드리지는 못할망정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오래도록 무거운 짐을 안고 살아가겠습니다.

여러분의 질책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반성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채워 나가겠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자숙하고 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전원책 변호사님께 직접 찾아가서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겠습니다.

올바르지 못한 토론태도와 발언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무릎 꿇고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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