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수첩이야, 예술품이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8호 30면

한 10년 전만 해도 대부분이 다이어리를 가지고 다녔다. 네모난 작은 날짜 칸에 깨알같이 오늘 해야 할 일과 한 일 등을 적어놓았고 추억이 될 만한 것들, 이를테면 낙엽이나 쪽지 등을 그 속에 보관하고 붙여놓기도 했다. 이제는 PDA나 휴대전화가 그 기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날그날의 섬세한 감정과 추억까지 저장할 수 있을까?

필자는 직업의 특수한 성격 때문에 수첩을 요즘도 늘 지니고 다닌다. 물론 멋지게 노트북을 펴들고 인터뷰를 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곧바로 저장할 수도 있겠지만 이상한 자존심(?)이 가슴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어서인지 그것만은 하기 싫다. 손때가 묻은 지금의 수첩은 속지 리필을 세 번 거쳐 벌써 4년이 넘게 동고동락하고 있다.
첫 취재를 했던 수첩에서부터 지금까지 써온 수첩과 다이어리는 내 보물이나 마찬가지다. 컴퓨터에 저장해놓은 모든 정보가 날아가더라도 그것만은 잃어버리면 안 된다. 그래서 늘 독특한 수첩은 그냥 지나친 적이 없다. 해외 출장을 가면 문방구 코너에 코를 박고 이것저것 살펴보며 몇 시간을 보내곤 한다. 말 그대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질 좋은 수첩을 왜 우리나라에서는 만날 수 없단 말인가!’ 하며 안타까워했던 적이 많았다.

대부분 전통적인 제작방법을 고수하며 긴 세월을 뚝심 있게 이끌어온 브랜드는 그 꼼꼼함과 디테일에서 최첨단의 기술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손맛과 장인정신을 품고 있다. 약 3년 전 국내 리빙 멀티숍에 서구의 유명한 스테이셔너리 전문 브랜드가 선보이더니 지난해에는 북유럽의 이름난 문구 전문매장까지 들어서며 특색 있고 품위 있는 브랜드가 국내에 상륙하고 있다. ‘몰스킨’ ‘그래픽 이미지’ ‘지오콘다’ ‘북바인더스 디자인’ ‘페이퍼 블랑스’ 등의 브랜드는 이제 가까운 문구류 전문점에서 만날 수 있어 너무나 반갑다.

1.몰스킨(MOLESKINE) 수첩에서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가 바로 200년 역사를 지닌 몰스킨이다. 소설가 헤밍웨이, 화가 마티스와 반 고흐 등 유명 예술가들이 애호했던 제품이니 두말할 필요가 없다. 모든 몰스킨 노트의 첫 페이지에는 잃어버렸을 때 돌려받을 수 있는 주소와 함께 그 노트의 보상액을 적는 난이 마련되어 있을 정도로 긍지가 대단하다. 최고급 이탈리아 중성지로 된 내지는 사용하는 이의 직업과 스타일에 따라 플레인(사상가), 스퀘어드(건축가), 스토리노트(아트디렉터)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또 ‘시티 노트북(city notebook)’을 출시, 12개 도시의 상세한 지도가 포함된 특별한 여행 가이드북 겸용 수첩까지 선보였다.

2.그래픽 이미지(GRAPHIC IMAGE) 40년 전 티파니와 패밀리 비즈니스로 시작한 그래픽 이미지는 프랑스산 가죽과 미국산 중성지의 결합으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노트는 크게 딱딱한 커버와 부드러운 커버 타입으로 나뉘며 그 안에서 패밀리 히스토리, 와인저널, 게스트북, 어드레스북, 스케치북, 그래프노트, 다이어리, 리필이 가능한 노트 등이 있다. 주문 제작도 가능하며 이니셜도 새길 수 있다.

3.북바인더스 디자인(BOOKBINDERS DESIGN)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을 문구류에서 느끼고 싶다면 북바인더스 디자인 제품이 정답이다. 컬러풀한 패브릭으로 마감된 수첩과 액자 등의 아이템은 인테리어 소품 역할로도 부족함이 없다. 1927년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성서 전문 제본 사업으로 출발한 북바인더스 디자인은 아직까지 스웨덴의 질 좋은 종이와 북유럽의 감각적인 디자인을 바탕으로 수작업으로 제작된다.

4.페이퍼 블랑스(PARER BLANKS) 빈티지 레더처럼 보이는 커버는 사실 특수 처리한 종이를 이용한 것이다. 북커버로 100% 재활용되는 종이 사용을 고집하는 이유는 환경적인 면과 힌두교인 창시자의 종교적인 면 두 가지 이유에서다. 펄프의 원료 순환을 생각해 철저히 관리되는 숲에서 재료를 공급받는 것도 자랑이다. 20년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아일랜드 출판사인 하틀리 앤드 마크스(Hartley & Marks)에서 생산한다.

5.지오콘다(GIOCONDA) 패션 명가인 엠포리오 아르마니의 데스크 용품과 유엔에서 사용하는 수첩류는 모두 지오콘다의 제품이다. 컬러풀하고 미래적인 느낌의 커버는 천연 재활용 가죽인 ‘리겟’으로 천연 피혁도, 합성 피혁도 아닌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신소재다. 이탈리아 특유의 단순하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과 독특한 질감으로 특히 감각 있는 디자이너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문의
몰스킨 & 포스탈코 www.apres-midi.co.kr 591-9430, 그래픽 이미지 02-2026-7060, 북바인스 디자인 02-515-1155, 지오콘다 www.gioconda.co.kr 6081-6283, 페이퍼 블랑스 02-3446-1540

--------
박소희씨는 패션,라이프 스타일 전문 프리랜서 기자입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