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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한 우리아이, 혹시 ADHD 아닐까

중앙일보

입력

"우리 애도 무지 산만한데, 혹시 ADHD 아닐까요?"

"그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요. 좀 활달한 편으로 봐도 될 것 같해요."

얼마전까지만해도 생소했던 'ADHD'에 대해 걱정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걱정만큼이나 실제 ADHD 진단을 받은 아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ADHD는 말 그대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를 일컫는다.

한국릴리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4년 국내 아동청소년 920여명중 약 34만명이 ADHD 증상을 가진 아동으로 추정됐다. 이 가운데 ADHD로 진료를 받는 환자수는 약 4만2000명 수준에 불과했다. 전체 ADHD 환자중 12% 정도만 치료를 받는데 그치고 있는 것이다.

ADHD는 학령기 전후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는 정신 장애다. 몇가지 증상이 있는데 가장 흔히 나타나는 것이 과잉 행동이다. 한자리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끊임없이 움직이고 뛰어다니며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다. 또 다른 증상으로는 주의력 결핍, 충동적 행동 등이 있다.

ADHD 아이들은 질환이기 때문에 보통 아이들보다 더 심한 행동이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특별히 비상적인 행동을 동반하지 않더라도 이런 증세들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ADHD를 의심해 볼만하다.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김붕년 교수는 "ADHD는 초등학교 학생의 13%에서 발견될 정도로 흔하고 중요한 질병"이라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학업능력, 친구관계-가족관계의 손상과 더불어 자아상의 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정확한 진단과 지속적인 약물치료로 증상이 크게 호전되며, 가족과 아동의 삶의 질도 향상 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사례를 통해 본 ADHD=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태훈이(8)는 유치원 때까지만 해도 다른 아이들에 비해 조금 외향적이고 적극적이라는 평을 듣는 아이였다. 동생과 놀거나 친구들 사이에서 갑자기 공격적인 행동을 하거나 산만하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대수롭게 여겨질 정도는 아니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뒤 얼마지나지 않은 어느 날 담임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학교를 방문한 태훈이 엄마는 무척 당황했다. 담임 선생님 책상앞에 태훈이 책상이 혼자 덩그러니 놓여있었기 때문이다. 수업중에나 쉬는 시간이나 가리지 않고 공격적인 행동이 점점 더 심해져서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얘기를 들었다.

결국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소아정신과 전문의를 찾은 태훈이는 ADHD라는 진단을 받았다. 엄마는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더 산만하다고 생각했던 아이가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니 믿어지지 않았다.

" 아이가 약간 산만하기는 하지만 이맘때 남자 아이들이 다 그렇죠 뭐. 무슨 병이라고 할 것 까지야. 얌전하고 소극적인 아이들보다 좋은 거 아닌가요? 우리 애는 집중력만 조금 부족하지 다른 문제는 없는 거 같아요" 엄마들은 자기 아이가 ADHD 환자라는 것을 믿지 않으려 든다. 그냥 성장과정의 하나라고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치료에 나서는 부모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방치하면 학습장애 우울증으로= 소아 ADHD의 가장 큰 문제는 학습장애와 우울증 및 기타 장애를 동반해 정상적인 학교 및 사회 생활에 적응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흔히 나타나는 것은 학습장애로. 듣기, 쓰기, 말하기 또는 산수 계산 등에서 ADHD 아이들은 정상적인 능력을 발휘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ADHD 아이들은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로 학업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행동조절 및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 등에서도 문제를 경험한다.

정확한 진단이나 치료 없이는 사회생활이나 가정생활 모든 부분에서 불편을 겪는다. 때문에 ADHD의 진단과 치료는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 등교의 부담이 적은 여름방학을 집중 활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약물치료는 가장 기본이 되는 ADHD 치료방법으로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나기 시작하고 놀이치료나 인지행동치료 등과 병행할 경우 효과가 눈에 띄게 개선될 수 있다.

약물치료를 하게 되면, 약의 효과가 지속되는 시간 동안 아이의 주의력이나 집중력이 높아져 일반 아이들과 비슷한 정도로 학업이나 공동생활이 자유롭게 된다. 기존치료제들은 1회 복용으로 최대 4~12시간까지만 효과가 나타났다. 올해에는 약효가 24시간 지속되는 새로운 비정신자극제 ADHD치료제가 출시, 약물 치료에 있어 선택의 폭이 다양해졌다. <도움말 ;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김붕년 교수>

[참고자료] ADHD 진단기준

◇주의력 결핍 (Inattentive)
-부주의로 실수를 잘 함
-집중을 오래 유지하기 못함
-다른 사람 말을 경청을 못함
-과제나 시킨 일을 끝까지 완수 못함
-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하는 데 어려움
-지속적 정신집중으로 필요로 하는 공부, 숙제 등을 싫어하거나 회피하려 함
-필요한 물건을 자주 잃어버림
-외부자극에 의해 쉽게 정신을 빼앗김
-일상적으로 해야 할 일을 자주 잊어버림

◇과잉행동/충동성 (Hyperactive-Impulsive)
-손발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앉은 자리에서 계속 꼼지락거림
-제자리에 있어야 할 때 마음대로 자리를 뜸
-안절부절못하거나 가만히 있지 못함
-집중을 하지 못하거나 활동에 조용히 참여하지 못한다
-끊임없이 움직임, 마치 모터가 달린 것처럼 행동
-지나치게 말을 많이 함
-질문이 끝나기 전에 불쑥 대답한다
-차례를 못 기다린다
-다른 사람의 활동에 끼어들거나 방해함

▲진단기준
위의 두 가지 진단 기준에서 6가지 이상의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7세 이전에 증상이 나타난 경우
ADHD의 증상이 복수의 생활영역(학교, 가정, 직장 등)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경우
사회활동, 학업, 업무수행에서의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는 명백한 증거 보유
증상이 전반적 발달장애, 정신분열병 또는 기타 정신증적 장애의 경과 중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정신장애를 동반하는 경우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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