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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 가족 주민등록 초본' 발급 받은 대행업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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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가족의 주민등록 초본이 여러 경로로 발급됐지만 이들이 무슨 용도로 초본을 신청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초본 발급을 의뢰한 사람의 행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민등록 본 발급 의뢰인은?=현재까지 드러난 바로는 발급된 초본 13건 중 9건이 외부로 유출됐다. 이 중 세 통은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이 이 후보의 위장 전입 의혹을 제기했던 6월 12일 이전인 7일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에서 발급됐다. 나머지 여섯 통은 6월 13~15일 나모(69)씨가 신청한 것.

나씨는 장당 5000원을 받고 20여 개 법률사무소의 민원 서류 발급을 대행해 주는 서초동 소재 J민원센터 운영자다. 그는 사무실 근처인 방배3동사무소와 집 근처 녹번동사무소에서 이 후보 가족의 초본을 발급받았다. 나씨는 "오랜 단골인 법률사무소 사무장 박모씨의 부탁으로 (이 후보 관련) 초본을 뗐다"며 "급하게 필요하다고 해 당시 누구 것인지도 모르고 떼줬다"고 말했다.

나씨는 "최근 문제가 된 뒤 놀라서 박씨에게 전화를 했더니 박씨는 '나는 지금 한나라당 정치인과 관계된 변호사 사무소에 있다'며 '선거 캠프 실무진들이 김혁규 의원의 폭로 이후 우리도 내용이 뭔지 검토해 보자고 해 부탁한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본지는 박씨와 휴대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박씨 대신 '그를 잘 아는 동생'이라고 밝힌 사람이 받아 "형님은 오래전에 변호사 사무소를 그만두고 운송업을 하고 있다"며 "이번 대선과 무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첫 통화 이후 박씨의 전화기는 꺼져 있거나 받지 않았다.

나씨는 또 "동사무소에 제출한 법률사무소의 '이해관계 확인서'는 미리 보관하고 있던 다른 법률사무소의 확인서였다"고 말했다. 초본 발급을 수시로 의뢰해야 하는 법률사무소들은 통상 변호사 직인만 찍힌 이해관계 확인서를 여러 장 민원센터에 맡겨놓고 필요할 때마다 전화를 해 사용한다는 것이다.

한편 은평구청은 서울서부경찰서에 나씨를 형사 고발했다.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아직 참고인 조사만 한 상태고 나씨에 대한 피고발인 조사를 하지 않았다"며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다른 사건과 병합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관련 서류를 정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궁금해서 초본 떼봤다"=이 후보와 부인의 주민등록 초본을 발급했다가 곧바로 폐기했다는 일부 구청과 동사무소 직원들은 "이 후보가 어디 사는지 궁금해 떼봤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의 초본 발급 현황을 파악한 이 후보 캠프 측에서 해당 행정기관에 보낸 해명요구서에 대한 답변이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측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권력기관의 관계자들과 짜고 이 후보 관련 주민등록 자료를 출력.유출한 게 들통나자 거짓 해명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주민등록 초본 불법 발급=다른 사람의 서명이나 도장을 도용해 가짜 위임장이나 서류를 만들어 타인의 주민등록 등.초본을 발급받은 경우 형법 제231조(사문서 위조.변조) 위반에 해당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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