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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허위포장술에 언론도 한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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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동국대 조교수,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 2008 광주비엔날레 공동감독…. 신정아씨가 이렇게 승승장구해 온 데는 언론의 역할도 작지 않았다.

우선 신씨가 큐레이터로 입지를 굳히는 계기가 된 전시가 그렇다. '그림보다 액자가 더 좋다'(1998년) '쿨룩이와 둠박해'(99년) '국사(하)'(2000년) 등은 뛰어난 기획이다. 하지만 '그림…'은 독립 큐레이터 R씨가 1년간 준비한 작품이었다. 뒤의 두 건도 외부 큐레이터가 기획해 신씨는 실무를 진행했을 뿐이라는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언론들은 그리 어렵지 않은 확인 과정을 생략함으로써 기획의 공로가 신씨의 몫이 되는 데 결과적으로 기여했다.

이런 배경을 등에 업고 신씨는 2003년 큐레이터로서 기획력을 인정받는 최고의 상을 받았다. 월간미술이 주관하는 월간미술대상의 전시기획부문 대상이다. 당시 미술계에선 "이해하기 힘든 수상"이란 뒷말이 적지 않았다.

2006년이 되자 신씨는 젊은 작가를 위한 미술계 최고의 상으로 꼽히는 중앙미술대전에서 본선 심사위원에 선정됐다. 이미 수상 경력과 그 전해 '예일대 박사학위 취득' 등의 후광을 업고 있던 시절이기는 했다. 그럼에도 "파격적인 인선"이란 꼬리표는 남았다.

또 있다. 광주비엔날레 재단에 제출한 그의 이력서에는 "조선일보.동아일보.서울신문의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라고 적혀 있다. 칼럼에 대한 미술계의 평가는 "깊이는 없다"는 쪽이다. 하지만 일단 신문에 실린 칼럼은 그의 배경과 인맥.영향력에 대한 오해가 확대.재생산되는 좋은 기회가 됐다. "학력뿐 아니라 실력도 의심스럽다"는 비판이 흘러나왔지만 언론은 귀를 닫았다. "시기심에 따른 음해일 뿐"이라는 당사자의 해명만 믿은 것이다.

한 미술관장은 "무엇보다 미술사학회에 논문 한 편 발표한 적이 없고 자신이 기획했다는 전시회에 본격적인 평론 한번 쓴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미술에 대한 학문적 기초가 없는 것이 분명한 인물인데도 학력이나 포장술에 넘어가는 풍토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그 '풍토'에 기자도 포함돼 있음을 고백하고 자성한다.

조현욱 문화스포츠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