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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휴가'가 '괴물'을 닮은 5가지 이유

중앙일보

입력

그랬다. 지난해 7월27일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모든 걸 바꿔놓았다. 장마철 신발처럼 눅눅했던 한국영화 부진도, '이무기 영화가 되겠어?'라는 기우도 모두 한 방에 날려버렸다. 그리고 올해 7월. 이번엔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몸에 안고 '화려한 휴가'가 오는 26일 출범한다. 1980년 5월 광주를 그린 김지훈 감독의 이 영화. 따져보면 '괴물'과 많이 닮았다.

두 영화엔 모두 괴물이 나온다..진짜 괴물, 계엄군이라는 괴물

'괴물'은 축축한 양서류 괴물이 나왔고 그래서 한국 괴수영화의 역사를 새로 썼다. 아무리 미군들이 한강에 버린 독극물을 먹고 자란, 태생적으로 동정표를 얻을 수밖에 없는 못난 괴물이라지만, 괴물은 괴물이었다. 느닷없이 한강 시민공원에 나타나 사람들을 짓밟고 채가고 삼키고..그야말로 그 괴물은 인정사정 볼 것 없었으며, 저지른 만행은 여의도 살인사건에 다름 아니었고, 결과는 결코 괴물이지만 괜찮치 않았다.

'화려한 휴가'에는 어떤 괴물이 나올까. 1980년 5월 그때 사람들은 몰랐다. 진정한 폭도가 누군지. 그냥 금남로 지나가다 군인에게 잡히고 몽둥이로 얻어맞고 피 질질 흘려도 그들이 누군지 몰랐다. 영화는 이제 말한다. 그들, 권력에 눈먼 군바리들, 시민 목숨은 명령 하나로 파리처럼 내팽겨칠 수 있는 그들, 그들이야말로 '1980년의 괴물'이라고. 1980년과 2006년의 괴물은 그렇게 무수한 무고한 시민들을 처참히 짓밟았다.

개봉전 상황이 닮았다..할리우드 영화의 득세, 한국영화의 침체

따져보자. 2006년 상반기. 한국영화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1월 '투사부일체'로 기세 좋게 출발했지만, 이후 뭔가 세게 터트려준 작품이 없었다. 그저 전년 12월 개봉한 '왕의 남자'로 왠지 달뜬 분위기만 가득했다. 이에 비해 할리우드 영화의 위력은 대단했다. 5월 미쓰리(미션 임파서블 3. MI3)의 한국방문을 시점으로 '다빈치코드' '엑스맨 최후의 전쟁' '슈퍼맨 리턴즈' '캐리비안의 해적-망자의 함'이 쉴새없이 몰아쳤다. 한국영화, 넉다운 일보 직전.

그러다 7월 뭔가가 꿈틀댔다. 일단 7월13일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가 스크린 물량 공세에 힘입어 바람잡이에 들어갔고 이어 '살인의 추억'의 봉준호 리턴즈! 7월27일 개봉한 '괴물'은 개봉 당일 제작사 청어람 최용배 대표의 '1000만도 가능' 호언대로 한국영화 흥행사를 '다른 이름으로 저장'했다.

'화려한 휴가'의 개봉(26일) 전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해 한국영화는 그야말로 쏟아졌다. 하지만 올해는 가뭄도 없었는데 콩 나듯 했다. '미녀는 괴로워'(2006년 12월14일)의 기세등등에 힘입어 활짝 열어젖힌 2007년이었지만, 결과는 냉랭했다. 그나마 '그놈 목소리' 정도가 됐을까, 기대작들은 줄줄이 무너졌다.

이 사이 할리우드 영화는 쉬지 않았다. 지난 3월 '300'이 진짜 300만 가까운 관객을 불러모으더니 '스파이더맨3'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 '슈렉3' '트랜스포머'가 광풍처럼 몰아쳤다. 7월 들어서도 '해리포터와 불사조기사단'과 '다이하다 4.0'을 내미는 센스까지. 과연 '화려한 휴가'는 이런 파고를 헤치고 지난해 '괴물'이 될 수 있을까.

대한민국 땅을 딛고 만든 영화..서울과 광주

영화에는 두 종류가 있다. 어디서 만든지 모르는 영화와 아는 영화(다시 말해 주인공들이 일을 저지르는 장소가 알 필요없는 영화와 그게 중요한 영화). 그리고 한국의 구체적 장소에서 그 속의 살결을 건드린 영화는 최소한 기본은 했다. '말죽거리 잔혹사'가 그랬고 '목포는 항구다'가 그랬고 '밀양'이 그랬고 '효자동 이발사'가 그랬으며 '라디오스타'가 그랬다. 판타지라 해도 좋다. '웰컴투 동막골'은 그 얼마나 보는 관객 행복하게 만들었나.

그래서 '괴물'과 '화려한 휴가'는 오월동주다. '괴물'의 괴물은 동작대교 밑에서 체조선수처럼 기계체조를 했고, 여의도 시민공원에 출몰했으며, 그곳의 여러 가건물들을 작살냈다. 괴물이 죽은 곳도 관객 누구나 아는 한강변 언저리였다. '화려한 휴가'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시민군이 꽃잎처럼 사라진 전남도청을 비롯해 시체를 리어커로 날라야 했던 금남로, 군인들 몽둥이에 개맞듯이 해야했던 골목골목들. 그걸 뭉뚱그려 사람들은 '광주'라 부른다.

주인공들의 죽음과 가족..한국영화 흥행작의 최대공약수?

죽기도 많이 죽었다. '왕의 남자'에서 광대패가 죽었고 '태극기 휘날리며'와 '친구'에선 장동건이 죽었고 '실미도'에선 부대원들이 죽었다. 역대 한국영화 흥행 넘버1 '괴물'도 예외가 아니다. 어린 딸 고아성, 넉넉한 아버지 변희봉을 비롯해 무수한 한강 나들이 시민들이 비명횡사했다. 많은 이들이 사라지고 난 후 '괴물'의 마지막 장면, 송강호가 남의 집 아들을 데리고 매점 안에서 밥을 먹는 그 장면은 그래서 '짠'했다.

이런 흥행작들의 최대공약수에 '화려한 휴가'도 동참했다. 아직 개봉 전이라 스포일러 우려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사실 다들 알지 않나. 그해 5월 광주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었는지를. 해서 그 한복판을 재연한 '화려한 휴가'라면? 그들의 죽음에, 그들의 울부짖음에, 그들의 고향 향한 큰절에 눈물과 경의를.

앗! 빛나고 웃기는 주조연..되는 영화에 이들 없으면 안되지

'괴물'과 '화려한 휴가'는 슬프고 괴로운 영화지만 웃긴 영화이기도 하다. '괴물'에선 송강호가 손님이 시킨 오징어 다리를 '슬쩍' 하는 게 웃겼고, 합동 장례식장에서 동생 박해일과 발길질을 해대는 게 비극적으로 웃겼다. 그리고 관객 눈썰미 테스트처럼 곳곳에 등장한 카메오 혹은 조연들도 빛났다. 괴물 퇴치에 결정적 역할을 한 노숙자 역의 윤제문을 비롯해 김뢰하에 박노식, 그리고 '남극일기'의 임필성 감독까지. 괴물 목소리는 누가? 바로 오달수 아닌가.

'화려한 휴가'에선 박철민과 박원상이 '2당백'을 했다. 김지훈 감독의 전작 '목포는 항구다'에서 주먹질 냅다 해대며 "이 소리는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여"로 관객을 웃겼던 박철민은 '화려한 휴가'에서도 이를 능숙하게 재연했다. 시사회에서 폭소가 터진 이유다. '범죄의 재구성'에서 제비역으로 암약했던 박원상은 극중 대사를 그대로 옮기자면 "인간이 뭔지를 알게된 양아치" 연기를 현란히 소화했다. 여기에 분위기 안맞게 선글라스 낀 시민군은 누구? 영화를 보면 안다. <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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