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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미술 "고립"|활동인구·전시 서울집중 각종 지원행정도 빈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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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방의 미술대학생이 서울보다 월등히 많지만 졸업 후 미술인으로 활동하는 이는 오히려줄어드는 역현상을 빚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시공간·비평·미술행정 등 작가활동을 위한 지원체계도 극히 열악해 중앙집중화에 따른 지역미술의 고립화가 극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월간미술』3월호 특집「지역 미술의 실상과 문제점은 무엇인가」에 따르면 미술 관련 학과 입학정원은 전국을 통틀어 2만4천9백37명. 이중 서울은 5천4백55명(21.8%)이며 지방은 1만9천4백82명(78%)으로 지방이 서울의 4배 가까이나 된다.
그러나 이처럼 화가가 되기위한 준비수업을 쌓는 이들이 엄청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지방 화단에서 작가활동을 하는 이들은 서울보다 훨씬 적다.
미협·건축협회·사진협회등에 가입해 있는 전국의 미술인은 9천4백17명이며 이 가운데 서울이 53.4%로 절반을 넘고 있다. 이를 회화·조각등 순수미술계로 한정할 경우 서울의 미술인은 전국의 60%에 달해 오히려 지역에서는 서예·사진분야의 미술인 비율이 높음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근교에 있는 서울의 각 대학 분교들은 실제로 서울학생들이 다니고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서울의 4배 가까운 전공자들이 실제 활동에서는 서울의 87%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엄청난 역조로 미술인구의 중앙집중화 현상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미술인 활동의 바로미터가 되는 전시회수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91년 전국의 5천5백21회 가운데 서울이 2천9백17회로 54.8%를 차지했으며 이를 다시 순수미술전람회로 국한했을 경우 서울이 전국의 61%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지방 미술활동이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은 극도로 열악한 지원체계와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
실제로 전국의 미술관과 화랑 등 전시공간 총3백78개중 서울에만 60%가 집중돼 있다. 화랑협회에 가입된 지방화랑은 불과 16곳(19%)에 지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부산·대구·인천·대전·광주등 5개직할시 가운데 문화체육부에 등록된 미술관을 갖고 있는 지역은 광주 한군데에 그치고 있을 정도다. 강원·충남북·경남도 역시 등록된 미술관이 하나도 없다.
작년부터 박물관·미술관진흥법이 발효됐음에도 아직까지 지역미술의 발전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철 교수(전주 우석대·서양화가)는 『전주의 경우 전시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운영 미숙까지 겹쳐 대관료가 비교적 저렴한 예술회관 전시장을 얻으려면 밤샘대기까지 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문예진흥기금 배분을 비롯한 미술행정 부재도 지역미술을 고립시키는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수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권용택씨(서양화)는 『건축조형물 1%규정법은 지역 작가들에게 경제적인 새 활로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 건축물 심의위원중 15명이 모두 비 미술인으로 구성돼 있어 실질적으로 지역 작가들에게 보탬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지방작가들의 활동을 평가해 줄 비평가들도 전주등 일부 지역에는 아예 없을 정도로 극소수에 그치고 있고, 상업화랑도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등 미술시장 형성이 채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지역미술의 고립을 심화시키고 있다.
관계자들은 지방화 시대에 걸맞은 지역미술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미술행정 관련부처에 전문 미술인을 참여시키는등 제도적인 개선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 했 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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