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변화따른 과도기 장세/주가 왜 계속 떨어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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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증시선 큰손들 대거 이탈 소문 나돌아/실명제 등 탓으로만 단정짓기엔 무리
주가가 새정부 출범 하루전인 지난달 24일부터 9일 연속 떨어지고 있다. 증시에서는 『어렵게 지켜왔던 6백선마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까지 나돌고 있다.
증권업계는 주가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사정강화·금융실명제 등을 꼽고 있다. 즉 새정부가 의욕적으로 개혁을 추진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서울 강남과 과천 등지의 증권사 점포에서는 최근 큰손들과 공무원들이 주식계좌를 대거 정리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이미 대선공약으로 제시돼 새로울 것이 없는데다 앞으로도 실제 시행단계에 들어가기까지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어서 「실명제 때문에 주가가 떨어졌다」고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일부에서는 이와 관련,최근의 주가하락을 증시의 자생력 회복과정에서 나타난 일종의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즉 그동안에는 주가가 떨어질때 기관들이 대거 사들이도록 했는데 이같은 현상이 사라지면서 매수세력에 공백이 생긴 것이 주가하락을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동남아쪽에 쏠리고 있는 것도 우리 증시에는 악재로 꼽히고 있다. 외국인들의 순매수(매수·매도차액) 규모는 지난달 1천4백24억원으로 1월보다 38.9%가 줄어든 상태.
증시전문가들은 『최근의 하락은 특정요인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개혁과 변화의 시기에 나타나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아야 한다』며 『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는 투자격언을 되새기면서 부하뇌동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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