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문제 싸고 대북정책 “삐걱”/「통일장관회의」앞두고 불협화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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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통일원 “경협 연계 않는게 바람직”/외무부·안기부서 난색… 미도 불만
오는 10일 열리는 통일관계 장관회의를 앞두고 새정부의 통일정책 조율과정에 불협화음이 들려오고 있다.
당초 이 회의에서는 신임 통일관계장관들이 처음 상견례를 한다는 뜻을 넘어 통일정책의 새로운 가닥을 잡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특히 한완상부총리가 수차례에 걸쳐 통일문제에 대해 상당히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발언을 한바 있어 이번 통일관계 장관회의에서는 북한에 대한 기존의 강경정책을 신축성있게 조정해 나갈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되어 왔다.
처음대로의 분위기였다면 이 회의에서는 현재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남북대화를 어떤 식으로 재개할는지에 대한 방안도 구체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여 새정부의 대북정책을 가늠해 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이견조율에 중점
그러나 이 회의에서 현안에 대한 해결책이 곧바로 나올 것 같지는 않다.
현재 핵문제 등 현안에 대해서는 관계부처간에 미묘한 갈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핵문제에 주도권을 쥐고있는 미국측이 몇차례 비공식적인 관심을 보여오다가 마침내 5일 버거트 주한대리 대사가 한승주외무장관에게 취임인사 하는 자리를 계기로 미국측의 불만을 전달했다. 이는 미국측의 공식적인 견해로 보여진다. 정부 부처간 이견도 만만치 않다. 통일원 등에서는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핵문제 해결과 남북경협을 연계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 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외무부·안기부 등에서는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한 남북관계의 진전은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내부조정이 필요한 상태다.
통일관계 장관회의를 주관하게 될 통일원의 한 당국자는 『통일원이 앞서 현안에 대해 획기적인 제안을 하게 되면 불필요한 저항을 불러일으켜 일을 그르칠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 남북관계의 진행 결과를 설명하는 선에서 회의를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요컨대 이 회의에는 「보고안건」만 있지 「심의안건」은 없다는 얘기다.
○공 원장 미에 급파
통일원이 이처럼 새정부 출범후 처음 열리는 통일관계 장관회의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는 것은 다분히 이같은 국내외의 경계·우려 분위기를 의식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한완상부총리겸 통일원장관이 취임 직후부터 기자회견 등을 통해 너무 앞서가는(?) 발언을 해 적잖은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대북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시사했으며 핵문제와 같은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소신을 서둘러 재야식(?)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미국측의 불편한 심기도 핵문제 등 현안을 풀기위해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미루고 있는터에 한국의 통일부총리가 취임하자마자 아무런 상의도 없이 대북정책의 현안을 당장 풀 것 같이 말하니 마뜩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외무부는 부랴부랴 공노명외교안보연구원장을 미·일에 급파하기에 이르렀다.
때문에 첫번째 통일관계 장관회의에서는 적어도 현안에 대한 어떠한 결정을 내리지는 못할 것 같다.
그러나 이 회의에서 남북의 현안에 대한 갑논을박과 부처간 의견조율이 있을 것이 확실시된다.
○접근방법에 차이
통일원의 한 당국자는 『요즘 남북관계를 둘러싸고 부처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면서 『북한의 핵문제 등을 풀어나가는데는 통일원과 외무부 등의 접근방법이 서로 다를 수 밖에 없으며 이를 조화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서는 시급히 교통정리를 할 필요가 있고 팀스피리트 야전훈련이 오는 19일로 마무리 될 예정이어서 남북한 대화재개 등 현안에 대한 대책마련을 다음 회의까지 미룰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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