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회간접자본 투자 “발등의 불”(김영삼정부의 과제:6)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5,6공때 소홀 곳곳서 성장저해/「경제발전의 원동력」 인식 가져야
지난 10년간 정부 최대의 정책 실패중 하나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의 부족이다. 사회간접투자는 국방·치안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책임져야 할 기본적인 임무에 속하는 것이며 특히 면밀한 미래예측에 바탕을 둔 사선적·계획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정부의 기능이 더욱 중요한 부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간접자본 투자의 부족은 정부 스스로도 성장저해요인으로 지목할 정도로 우리 경제 곳곳에서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정부의 행정규제가 생산·투자활동의 발목을 잡았다면 하드웨어쪽에서는 사회간접자본의 부족이 코스트를 높이고 경쟁력을 떨어뜨림으로써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적잖은 기회상실을 초래했다. 3공정부 시절 고도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사회간접부문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80년대 들어 5공정부가 안정을 경제운용의 최우선목표로 삼으면서 극도로 부진한 양상을 보였다. 당시 상황에서 안정정책의 추구는 올바른 것이었지만 도가 지나쳤고 미래의 정확한 수요예측과 이에 대한 준비가 없었다.
○수요 예측 대비 안해
당시의 강력한 정권아래서 올바른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수요예측만 제대로 됐었으면 실제 투자는 않는다해도 줄을 긋고 용지를 구획하는 대비는 가능했을 것이나 그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83년의 사회간접자본 총투자규모는 5조1천1백63억원이었으나 87년에도 5조2천8백26억원으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물가오름세를 감안하면 당연히 마이너스증가며 국민총생산에 대한 투자비중도 같은 기간 8.3%에서 5%로 급락했다. 이같은 투자부족의 결과는 이른바 3저호황을 타고 우리 경제가 두자리수의 고속성장을 거듭하면서 급팽창하자 국민생활은 물론 산업·무역 등에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심각한 애로요인으로 등장했다.
사회간접자본투자에 대한 인식부족은 6공들어서도 마찬가지였다. 6공출범과 함께 밀어닥친 민주화열풍속에 「제몫찾기」의 목청이 거세지면서 정부의 신경은 온통 그쪽으로 쏠렸다.
6공 초기 88∼90년 3년간 사회간접자본투자의 대GNP비중은 5%대에 머물렀다.
누적된 사회간접자본시설 부족은 있는 것을 최대한 가동해도 더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고속도로는 거대한 주차장화하고 항만에는 짐을 부리지 못한 배들이 며칠씩 먼바다에 떠있어야 하는가 하면 한때 50%에 달했던 전력예비율은 5% 이하로까지 떨어져 여름철 단전사태를 우려해야 하는 단계로 급전직하했다.
교통체증이 사회문제가 되고 도로·항만·전력·용수·산업용지의 부족이 생산현장 전반에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서야 6공정부는 91년 청와대직속기구로 「사회간접자본기획단」을 발족하고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에 나섰다. 91,92년에는 팽창예산 시비속에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대한 재정투자의 확대에 나섰지만 그동안의 무사안일속에 누적돼온 문제로 투자를 해도 엄청난 용지보상비 때문에 효과는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으며 집단민원에도 시달려야 하는 2중의 부담에 직면케 됐다. 또 그동안 국토의 효율적인 개발에 실패,우리 경제가 수도권과 경부축에 집중됨으로써 현장유지를 위한 재정투자에만도 엄청난 부담을 느껴야 하는 사태를 초래했다.
○도로·항만 체증극심
정부 통계에 따르면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위한 투자규모는 지난 83∼87년 26조6천4백40억원에서 88∼92년에는 54조6천80억원으로 2.03배가 늘어났다. 특히 도로부문에 대한 투자는 같은기간 4조2천7백80억원에서 14조6천4백60억원으로 3.42배나 증가했다.
이같은 투자규모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6공1기 5년간 고속도로는 1천5백39㎞에서 1천5백97㎞로 58㎞ 늘어난데 불과하며 도로연장도 같은기간 1만8천7백㎞에서 2만4천㎞로 약 1.3배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 85∼86년만해도 ㎞당 고속도로 건설비는 30억원내외,이중 용지보상에 들어가는 돈은 15%안팎에 그쳤으나 이제는 건설비가 2백억∼3백억원에 이르며 이중 용지보상비가 60%이상을 차지한다.
그 결과 국토면적당 도로의 길이를 나타내는 도로밀도는 지난 85년 0.52에서 91년 0.58로 미미한 증가에 그쳤으며 이는 국토여건이 비슷한 일본의 2.94는 물론이고 독일의 1.98,영국의 1.54,프랑스의 1.46에 크게 못미치며 국토가 넓은 미국의 0.67보다도 낮은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자동차수는 88∼92년 3배이상 증가했고 현재도 연평균 20%이상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최근 몇년간의 연간 증가대수 80만대는 4차선도로 1천1백㎞를 완전히 주차장화 할 수 있는 규모며 현 증가추세로 볼때 자동차수가 1천2백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2001년에 닥칠 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임에도 이에 대한 대비는 아직도 안이하다.
○국토 효율개발 실패
너무 늦었지만 그래도 최근 2년여 계속돼온 사회간접자본투자의 확대는 더욱 강화돼야 한다. 작은 정부는 할 일도 안하는 정부가 아니라 국가의 기본기능에는 누구보다도 충실한 정부여야 한다. 사회간접자본이 국부의 원천이며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다. 국민생활의 편의증진 또한 말할 나위가 없다. 어느때보다 강화된 정권의 정통성은 미래의 이익을 위해 세금부담의 증가를 포함하는 국민의 희생과 합의를 도출하는데 가장 중요한 바탕이 될 수 있다.<박태욱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