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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중심’으로 질주하는 상하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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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하이 와이가오차이 항에서 부두에 정박한 현대상선 배에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해 12월 14일 상하이 푸둥(浦東) 국제공항에 도착하자 마자 둥하이(東海)대교 공사현장으로 향했습니다. 상하이와 양산(洋山)섬을 연결하는 31km 다리입니다. 인천신공항을 연결하는 영종대교가 4.4km이니 정말 엄청난 공사입니다. 황량한 갯벌에 덩그라니 공사판만 있는데도 휴일을 맞아 가족들과 구경온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역사적의 현장이라는 자부심에 보러 온다는군요. 인천공항 공사장 견학가던 생각이 납니다.

공사장 안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 이미 상판이 완공된 곳으로 사진기자가 계단을 오르는데도 일하는 사람들 중 누구 하나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한국 같았으면 “누구냐”, “왜 왔냐”, “사진을 왜 찍냐”하고 물어볼 만도 한데 ‘내 일이 아니면 간섭하지 않는다’는 중국식 사고방식일까요.

다음날 새벽에 상하이항을 방문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해 뜨는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서두르는 사진기자 덕에 항구에 도착하니 새벽 5시. 건물 옥상에 올라가 야경을 찍는데 아무도 나와보는 사람이 없습니다. 부두에서는 한 술 더 뜹니다. 30t 무게의 컨테이너를 크레인으로 쉴새없이 옮기는 현장은 생각보다 위험합니다. 그런데 이 크레인 위까지 비상계단을 따라 올라가는데 막는 사람이 없습니다. 결국 필자는 6층 높이의 중간 기둥까지만 올라가고 포기했지만 사진기자는 10층 높이의 꼭대기까지 기어이 올라갑니다. 누가 좀 말려줬으면 하고 주위를 둘러봐도 모두들 자신의 일에만 바쁘군요.

▶ 크레인에서 내려다본 항구 모습. 트레일러 차량들이 야적장에서 부두까지 컨테이너를 옮기고 있다.

홍콩항에서 같은 취재를 할때는 건물 옥상에서 카메라를 꺼내니 어디선가 경비원이 달려옵니다. ‘보안사항’이라 촬영 불가랍니다. 부두에서 크레인에 올라갈 수 없냐고 하니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위험해서 안된다”고 자릅니다. 기자들이 취재하기에는 별로지만 역시 선진국 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하이의 교통도 적응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푸동공항에서 양산항 공사 현장까지는 4차로 고속도로를 한시간쯤 따라가다 제대로된 차선도 없는 2차로 비포장 지방도를 한시간 정도 더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중국 사람들 운전이 장난이 아니군요. 고속도로에서 조금만 차 간격이 벌어지면 경적은 물론이고 하이빔에 급차선 변경까지. 지방도에서는 중앙선도 없이 최고 시속 80~90km로 질주합니다. 마주오는 차 피하랴 길가의 자전거 피하랴 옆에서 보는 기자가 다 정신이 없습니다. 아무리 경적을 울려도 자전거 타는 사람은 돌아보지도 않습니다.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신기할 지경입니다.

시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횡단보도를 10여명이 건너는데 택시 한대가 경적을 울리며 스쳐 지나갑니다. 서울에서 10년 운전으로 단련된 기자도 상하이에서는 도저히 운전할 자신이 없습니다.

푸둥공항·양산 신항 등 과감한 사회간접자본 투자, 둥팡밍주(東方明珠) 타워로 상징되는 푸둥 신시가지, 황포 강변 구시가지의 야경 등 상하이는 세계에서 내노라 하는 국제도시입니다. 외국인들에게는 서울보다 오히려 친숙한 지명이라는군요. 특히 최근 10여년간의 역동적인 변화는 새마을 운동 시절의 한국을 보는 듯 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나 노무현 대통령께서 상하이를 방문한 뒤 한결같이 놀라움을 표한 것이 이해가 됩니다.

▶ 상하이 항구에서 컨테이너를 실어 나르는 트럭이 떠오르는 태양을 배경으로 다리를 건너고 있다.

중국을 처음 방문하는 기자의 짧은 인상이 얼마나 현실과 가까울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상하이는 ‘2% 부족한’ 도시로 다가왔습니다. 상하이 교외의 아파트 단지는 운하와 들판이 어우러진 암스테르담 교외의 모습과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가까이 다가서면 무너진 제방, 운하에 흐르는 흙탕물, 아파트 창밖으로 무질서하게 흩날리는 빨래 등이 눈에 들어옵니다. 새 건물을 올릴때 벽에 단열재를 바르고 베란다를 설치하면 훨씬 나을텐데 그냥 벽돌만 쌓고 있네요.

서울의 한강처럼 상하이를 가로지르는 황푸(黃浦)강변은 야경이 아름답습니다. 여기 스타벅스에서는 커피 한잔에 5천원을 받네요. 그래도 주말이면 자리가 없을 지경이랍니다. 대졸자 초임이 1천위안(15만원) 이라는 도시에서 5천원짜리 커피가 불티나게 팔리는 것. 벤츠, 도요타, 포드 등 세계 각국의 차들이 질주하는 길가에서 노동자들이 5위안짜리 점심을 먹는 것. 일순간에 벼락부자가 된 이웃을 보고도 ‘내 배 부르고 등 따스우면 네가 빌딩을 사서 꼭대기에 살아도 부럽지 않다’는 것이 중국 사람다운 사고 방식이라는데 정말인지. 어리버리한 서울 촌놈에게 사회주의 중국의 경제수도 상하이는 너무 이해하기 어려운 도시입니다.

분명한 것은 상하이는 이미 아시아의 중심을 향해 질주하고 있으며 그 질주는 아직 진행중이라는 사실일 것입니다.

상하이=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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