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변죽만 울린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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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가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확정했다. 기업 환경을 개선하고, 서민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곁가지만 건드렸을 뿐 수도권 규제와 같은 이 정부의 성역은 그대로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자신했지만 정작 핵심적인 경제 현안에 대해선 침묵했다. 성장 잠재력은 어떻게 확충할지, 일자리와 투자는 무슨 수로 늘릴지, 비정규직 문제는 풀 방법이 있는지, 공공부문의 비효율은 어떻게 해결할지 등에 대한 설명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요구도 슬쩍 비껴갔다. 예를 들어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유류세를 낮춰달랬더니 등유 특별소비세를 깎아주겠다는 식이다. 등유는 서민용 난방연료다. 특별소비세가 붙을 이유가 없는 품목이다. 진작 없앴어야 할 세금을 뒤늦게 바로잡은 것을 갖고, 전체 유류비 부담을 덜어준 것으로 갈음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6%로 당초보다 0.1%포인트 올렸다. 한국은행도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의 회복은 경제가 활력을 찾았다기보다는 세계경제 호조의 덕을 많이 본 것이다. 그나마 대외여건이 악화되고 있어 불안하다. 수출이 근근이 늘고 있지만 기업의 채산성은 갈수록 악화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원화 강세와 고유가, 정보기술(IT) 경기의 둔화 등 회복에 걸림돌이 많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낙관론을 펴기에 앞서 경제정책이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 원인을 고민해야 한다. 바로 규제와 기업을 적대시하는 분위기 때문이 아닌가. 재정경제부 조사에서도 경제 전문가의 60%는 투자 활성화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규제개혁’을 꼽았다. 답은 나와 있는데 정부는 애써 외면하는 것이다. 전 세계는 성장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규제를 혁파하고, 세금을 깎아주고, 공공부문을 축소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끼리 살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역주행을 멈추고, 경제정책의 기본 틀을 확 고쳐야 한다. 그게 안 되면 정부의 낙관론은 공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