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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깽-사상 최대 해외 로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우리 영화사상 최대의 작품으로 기록될 『애니깽』 이 다음달부터 김호선 감독의 지휘아래 12월까지 9개월간의 해외촬영장정에 오른다.
『애니깽』은 구한말인 1904년 노예상인 영국인 메이어즈와 일본인 오바 가니치에게 속아 멕시코 유카탄반도 애니깽 농장에 팔려간 한국인 남녀. 1천33명의 파란에 찬 수난사를 잡는다.
멕시코에 자생하는 용설난의 일종인 애니깽은 옷감· 카핏 및 양주의 원료로 쓰이는데 20세기초 멕시코 애니깽 농장은 노동인력이 달리자 해외로부터 노무자를 불러들여 그들에게 노예와 다름없는 삶을 강요했었다.
영화 『애니깽』은 제국주의 열강의 야수적 세계병탄의 틈바구니에서 조선민초가 겪은 핏빛 고행을 통해 ▲한민족의 원초적 생명력 ▲조국과 자유를 향한 인간의 의지 ▲개인과 개인, 나라와 나라, 주의와 주의의 관계를 강제하는 힘의 논리의 부도덕성을 주제로 삼고 있다.
이러한 대단히 심각한 소재와 주제를 살리기 위해 『애니깽』은 우리 영화로는 일찍이 보지 못한 규모의 영화로 기획됐다.
우선 영화진흥공사가 지원하는 10억원을 포함, 모두 25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다.
25억원은 보통 극영화 6편의 제작비로 영진공은 이 영화를 해외영화제 수상 및 본격적 해외수출의 전략상품으로 보고 10억원을 내놓았다.
촬영장비는 파나비전 카메라를 비롯, 3대의 카메라와 최신 조명기기·헬기 등을 동원하며 국내에 없는 것은 할리우드에서 조달할 예정이다.
그리고 연기자는 장미희·임성민·독고영재·최민식·김추련·방은희·오연수·주호성·남궁원 등 국내 연기진 50여명과 미국·멕시코 배우 20여명을 기용하고 엑스트라로 연인원 3천명을 동원한다.
제작팀은 이 같은 인적·물적 자원을 갖추고 장장 9개월에 걸쳐 멕시코 유카탄반도를 비롯, 미국·카리브해연안·중국상해 등지를 누비며 촬영한다.
12월부터 편집·믹싱 등 모양내기를 거쳐 내년 2월 베를린영화제를 필두로 70mm 상영시간 3시간의 대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기할 점은 『닥터 지바고』 『아라비아의 로렌스』 『사랑과 영혼』 등의 음악을 맡은 거장 모리스 자르가 여건이 허락하는 한 작곡료에 구애받지 않고 참여하겠다고 나서 잘만되면 『애니깽』 의 상품 가치가 크게 높아지게 됐다.
연출을 맡은 김 감독은 「애니깽」이라는 소재엔 지금 시대에도 여전한 큰 나라와 작은 나라간의 약육강식적 구조가 극명하게 담겨 있고 아울러 극한상황에 몰린 인간들의 생존·귀본능을 통해 인간의 가치 있는 삶의 조건이란 무엇인가라는 진실성이 담겨 있어 이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이헌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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