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기전 진행 "엉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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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TV기전의 비중이 커지면서 대회 진행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일고 있다.
같은 스튜디오 안에서 「대국」과 「해설」을 동시에 하다보니 대국자의 귓전에 해설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 때문에 훈수의 덕을 보기도 하고 좋은 바둑을 망치기도 한다는 것이다.
80년 처음 KBS바둑왕전이 생겼을 때만해도 기사들은 휘황한 라이트와 초읽기에 쫓겨 식은 땀을 흘리기에 바빴다. 세월이 흘러 단련되자 해설자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또 초창기의 TV기전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바둑보급의 양념정도로 치부됐을 뿐 정식 기전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김인 9단이 2년간 대회에 불참했던 것도 바둑의 본질에 어긋나는 「속기」에 거부감을 느꼈던 탓이었다. 방송국 측에서도 광고가 붙지 않는 프로였기에 거의 회의적으로 대회를 치렀다. 지금은 시청률도 크게 높아져 TV 3사는 국제 기전을 특집으로 꾸미는 등 경쟁도 처열해졌다. 유명 해설자가 만든 바둑비디오가 불티나게 팔리고 TV기전승패가 기사의 인기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TV기전의 규모도 1억원을 넘어 기사의 수입에도 직결되고 있다.
이렇게 되자 진행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기 시작했다. P 7단은 해설자의 「옆구리 불임이 묘수」라는 무의식적인 훈수(?)에 패한 뒤 『화가 나서 던져버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Y 6단은 들리는 것도 문제지만 해설 장면이 보이는 것도 문제라며 해설자에게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SBS는 대국한 것을 뒤에 해설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없다. 그러나 KBS 바둑왕전· MBC 제왕전은 방송사의 스튜디오 부족 때문에 방을 따로 마련할 수 없어 이런 말썽은 당분간 해결 될 전망이 없다. <박치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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