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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긴장하기 좋은 날씨”/김영삼대통령 취임하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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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홍조옹 “국민 약속 꼭 지켜라”/임명동의안 서명으로 첫 집무/노·전 전대통령 5년만에 악수/군,취임식장 세차례 「충성예우」
▷상도동◁
○…김영삼대통령은 취임일인 25일 오전 5시10분쯤 일어나 간단히 얼굴을 닦은뒤 오전 6시15분까지 약1시간동안 여느때처럼 조깅을 했다.
김 대통령은 조깅에 앞서 상도동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32년만에 처음으로 새로운 문민시대를 맞이했으니 우리 모두 새로운 기분으로 새출발 하자』고 각오를 다졌다.
김 대통령은 이어 뒷산인 야호산에서 늘 조깅을 같이해온 주민 1백여명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뒤 조깅을 시작.
김 대통령은 주민들이 『이제 5년동안 못뵙게돼 섭섭하다』고 인사하자 『청와대에서 시간이 나면 한번 뛰러 오겠다』고 화답.
그가 조깅을 마치자 주민들은 『대통령 만세』삼창을 외치고 건강을 기원하며 대문앞까지 바래다 주었다.
김 대통령은 이어 응접실에서 기자들에게 『오늘은 마음이 적당히 긴장하기에 좋은 날씨』라면서 『이제 우리 국민도 긴장해야 한다』고 환기.
그는 『앞으로 임기를 마칠때까지 오늘처럼 새벽에 뛰는 기분으로 구국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
김 대통령은 오전 7시쯤 부친 김홍조옹에게 부인 손명순여사와 함께 문안한뒤 충현교회 김창인·신성종목사의 인도로 가족예배겸 아침식사를 했다.
김옹은 24일 오후 마산에서 상경해 손자 현철씨 집에서 묵고 아침에 상도동 집에 도착했다.
가족예배에는 장남 은철씨 부부는 참석했으나 현철씨는 불참했다.
김옹은 예배에서 아들에게 『전국적으로 표가 골고루 나온 것은 사람의 힘이 아닌 하느님의 힘 때문인만큼 국민과의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고 당부.
▷청와대 본관 도착◁
○…취임식을 끝낸 김 대통령 내외는 오전 11시15분쯤 청와대 직원들이 도열한 가운데 청와대 본관 앞에 도착.
김 대통령은 전용승용차에서 내려 「어서오세요」라며 반갑게 맞이하는 청운국민학교 어린이 30여명과 인사를 나눈뒤 『앞으로 앞으로』라는 동요를 부르며 문민정부의 출범을 축하하는 어린이들과 함께 본관앞 계단으로 이동.
김 대통령은 어린이들과 함께 계단에 서서 환한 웃음을 지었으며 이때 서울시립소년소녀합창단 50명이 대통령 찬가를 합창.
○…김 대통령은 본관앞 계단에서 손을 흔들어 감사의 뜻을 표시한뒤 부친 김홍조옹 등 가족들과 함께 본관 2층 대통령 집무실에 입장,『의자를 일하는데 편리한 것으로 바꾸도록 했다』며 잠시 환담.
김 대통령은 낮 12시5분 청와대 본관 2층 접견실에서 박관용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비서관과 박상범경호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
김 대통령은 딱딱한 의전절차를 물리치고 각 수석비서관에게 『수고해달라』『경제를 살리는데 노력해달라』고 일일이 격려해 청와대의 새 기류를 예고.
▷김­노 대통령 환담◁
○…김 대통령은 노 전대통령의 안내로 청와대 2층 집무실로 가 20여분간 환담했고,부인 손 여사와 노 전대통령부인 김옥숙여사는 1층에서 별도 환담.
노 전대통령은 집무실에 있는 철쭉꽃 화분을 가리키며 『대통령께서 오시는데 맞춰 활짝 피도록 손수 물도주고 가꾸었다』며 다시 축하의 뜻을 표시.
김 대통령은 이에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한뒤 『요 며칠간 날씨가 매서웠는데,오늘은 날씨가 좀 풀려서 다행』이라며 『이 정도면 적당히 긴장도 되고 좋을 것 같다』고 언급.
노 전대통령은 『자연은 좋은 일이 있을때 시샘하는 것 같다』며 『꽃이 필때는 꽃샘추위가 있지 않느냐』고 하자,김 대통령은 『장기 일기예보로는 오늘 비가 올 것 같다고 해 우비까지 준비했는데,이만하면 좋은 날씨』라고 응답.
김 대통령과 노 전대통령은 이어 보도진이 나간뒤 15분여간 단독요담.
김 대통령은 9시반쯤 노 전대통령이 취임식장으로 가기위해 집무실을 나서는 것을 배웅한뒤,집무실 책상에 앉아 황인성국무총리,이회창감사원장,천경송대법관 내정자의 국회 임명동의 요청서에 서명하는 것으로 첫 집무를 시작.
김 대통령은 서명을 마친뒤 『이것이 대통령으로서의 첫 일이지요』라고 소감을 말하자 배석했던 박관용비서실장이 『역사적인 순간입니다』라고 의의를 강조.
○50분 전에 모두 참석
○…취임식이 열린 국회의사당 앞 뜰에는 추운날씨에도 오전 8시부터 참석자들이 모여들어 식전행사가 시작된 9시10분쯤에는 빈의자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번 취임식은 처음으로 주제개념이 도입됐는데 행사의 총주제가 「신한국 창조­다함께 앞으로」이며 식전행사는 「기쁜 아침」,취임식은 「대통령께 축복을」,식후행사는 「국민과 더불어」로 진행됐다.
9시10분쯤 사방통로를 통해 취타대·깃발단·팡파르단·군기단·군악대·의장대 등 행진대들이 각종 행진곡을 연주하며 입장해 식장을 한바퀴 돌자 축하분위기가 경건하면서도 조금씩 뜨겁게 달아올랐다.
행진이 끝나자 동서 양쪽에서 50명씩의 연주자들로 구성된 「북의 합주단」이 북을 치며 밀려들어 축제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손들어 하객에 답례
○…오전 10시 정각 참석자들의 박수속에 식장에 들어선 김 대통령은 전직대통령·3부요인 등 단상의 참석자들에게 목례후 착석. 손 여사는 자리에 앉자 잠시 눈을 감고 묵상.
김 대통령은 취임선서를 마친뒤 단상 앞쪽으로 나와 박수·환호하는 3만여 하객들에게 오른손을 번쩍 들어 답례.
○…시종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취임연설을 마친 김 대통령은 상기된 표정으로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면서 미처 인사하지 못했던 뒷자리의 전직 국무총리·정당대표·종교계대표 등과 악수.
애국가가 포함돼 있는 안익태의 교향악 『코리아 판타지』가 연주되는 동안 김 대통령은 단상의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눈뒤 다시 부친 김옹을 찾아 인사. 김옹은 흐뭇한 표정으로 「대통령」아들의 손을 잡아끈뒤 귓속말로 한마디.
그동안 손 여사는 단상에서 뒤로 돌아선채 참석자들에게 목례.
○별말 없이 인사만
▷노­전 해후◁
노태우·전두환 두 전직대통령은 바로 5년 전인 88년 2월25일 똑같은 국회의사당 앞뜰에서 대통령직을 주고받으면서 헤어진뒤 이날 처음으로 대면하는 「운명적인」해후를 했다.
그동안 노 전대통령은 이임전에 전 전대통령과 만나려고 했으나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행사 시작 2분전 식장에 도착한 노 전대통령은 먼저 도착해 앉아있던 전 전대통령에게 악수를 청한뒤 몇마디 인사말.
두사람은 웃는 얼굴로 손을 잡은채 잠시 인사를 나눴으나 별다른 말은 없었다.
노 전대통령은 이어 최 전대통령과 인사. 반면 뒤따르던 김옥숙여사는 다소 굳은 표정으로 전 전대통령에게 천천히 고개숙여 인사.
○…이날 취임식에서는 30여년만에 맞은 문민정부의 통수권자에게 군이 예의를 보이는 계기가 세차례 있었다.
우선 취임사를 마친 김 대통령이 단상 아래로 내려와 국회상임위원장단과 인사를 나눈 직후 군장성대표 1백명으로부터 거수경례를 받았고 이어 분수대를 돌아 3사생도 및 학군단대표 1백30여명으로부터,전국의 부대를 망라한 군기단으로부터 각각 일제히 경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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