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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애·안선주·지은희 여자골프'빅3의 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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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KLPGA 투어의 빅 3가 바나나 보트를 타고 있다. 경험이 많아 여유 있는 지은희(左), 겁이 나서 바짝 엎드린 안선주(中), 무서워서 소리를 지르는 신지애의 대조되는 모습이 재미있다. [KLPGA 제공]


"너 또 늦었어!"

10분 정도 늦게 도착한 신지애(19.하이마트)를 안선주(20.하이마트)가 프로레슬링의 헤드록으로 공격했다.

신지애는 "아이쿠 언니, 다음부터 약속에 늦지 않을게"라고 애교를 부려 겨우 풀려 나왔다. 지은희(21.캘러웨이)는 둘의 장난을 보면서 킥킥거린다.

9일 경기도 가평의 북한강변 남이섬에 KLPGA 투어의 '빅 3'가 모였다. 여름 휴식기를 맞아 지은희의 집에 신지애와 안선주가 놀러 온 것이다. 수상스키 국가대표 감독이었던 지은희의 아버지 지영기씨는 남이섬 관광지에 지영 수상스포츠타운을 운영하고 있다.

필드에서는 가장 정신력이 강한 신지애가 물 위에서는 가장 겁이 많았다. 바나나 보트와 땅콩 보트를 타면서 얼마나 "꺄아악-"하고 소리를 질렀는지 목이 다 쉬었다. 신지애는 "골프를 시작한 이후 제대로 어디 놀러 가 본 적이 없었다"며 즐거워했다.

올해 국내에서 열린 KLPGA 투어 9개 대회는 세 선수가 다 차지했다. 신지애가 4승, 안선주가 3승, 지은희가 2승이며 모두 2억원이 넘는 상금을 벌었다. 항상 팽팽한 라이벌 전을 치르지만 세 선수는 절친한 사이다. 안선주는 "지애는 같은 소속사여서 친하고 올해 들어 성적이 좋아진 은희 언니는 챔피언 조에서 함께 경기하다가 친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은희는 "선주나 지애는 솔직하고, 착하고, 함께 있으면 재미있다"고 말했다.

골프에서 라이벌끼리 친한 경우는 많지 않다.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 비제이 싱은 서로 말도 안 한다. 그런데 국내 빅 3인 이들은 다르다. 샷을 할 때만 라이벌이다. 세 선수는 최종라운드 18번 홀에서 우승 경쟁을 할 때도 웃으면서 함께 걷는다. 우즈처럼 상대의 기를 누르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지은희는 "선글라스 쓰고 표정을 감추고 아무 말도 안 해야 되는데 우리 모두 그런 건 할 수 없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신지애는 "우승 경쟁을 할 때 상대의 퍼팅이 안 들어갔으면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그러니까 다 들어가더라. 그래서 '들어가라' 라고 속으로 기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자 안선주는 "내가 퍼팅할 때마다 네가 들어가라고 기도해서 잘 안 됐다"고 농담을 한 후 "남자들처럼 4라운드로 경기했다면 샷이 정확한 지애가 훨씬 더 많이 우승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은희는 "우승을 독차지하는 지애가 미국에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선수가 많다. 그러나 함께 경기하다 보니 서로 배우는 게 많다. 우리는 함께 있고 싶다"고 말했다.

세 선수의 라이벌전과 함께 KLPGA 투어의 인기도 올라가고 있다. 1970년대 잭 니클로스, 아널드 파머, 개리 플레이어의 치열한 3파전은 골프가 대중 스포츠로 발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가평=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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