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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대표 오늘 사우디와 아시안컵 첫판 "47년간 우승 굶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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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47년간 우승하지 못한 사실을 선수들이 잘 알고 있다. 이번에는 반드시 우승컵을 안고 귀국하겠다."

주장 이운재(수원)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결전을 하루 앞둔 10일 기자회견장에서 자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출전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1일 오후 9시35분(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카르노 경기장에서 숙적 사우디와 D조 예선 첫 경기를 치른다. 한국(FIFA 랭킹 51위)은 사우디(62위)와의 역대 전적에서 3승5무5패로 뒤져 있다. 더구나 1989년 이탈리아 월드컵 예선(싱가포르, 2-0 승) 이후에는 18년간 2무3패로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2005년 독일 월드컵 예선에서도 0-2, 0-1로 연패를 당했다. '18년 사우디전 무승 징크스'를 깨야 '47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의 길이 열린다.

이동국(右) 등 한국 선수들이 10일 쿠닝안 경기장에서 헤딩 훈련을 하고 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한국의 공격 선봉은 '작은 황새' 조재진(시미즈)으로 예상된다. 조재진은 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마지막 평가전에서 발과 머리로 두 골을 터뜨리며 물오른 골 감각을 과시했다. '중동 킬러' 이동국(미들즈브러)은 후반 교체 투입이 유력하다. 좌우 윙포워드 염기훈(전북)과 최성국(성남)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는 핌 베어벡 감독이 가장 고심하는 자리다. 김정우(나고야)와 김두현(성남)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천수(울산)가 중원의 사령관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김상식-손대호의 '성남 듀오'에게 맡긴다. 포백 수비진은 왼쪽부터 김동진(제니트)-김치곤(서울)-김진규(전남)-송종국(수원)이 포진한다. 골문은 이운재가 지킨다.

한국은 이번 대회가 사우디를 잡을 절호의 기회다. '감독들의 무덤' 사우디는 3월에 또 사령탑을 교체했다. 브라질 출신 도스 앙구스 감독은 중동 축구를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지도자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노장 스트라이커 알 자베르와 미드필더 모하메드 누르를 제외시키면서 팀의 색깔을 바꿨다. 여기다 2005년 AFC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던 중앙수비수 알 몬타샤리마저 아시안컵 최종 명단에서 제외했다.

한편 10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D조 첫 경기에서 개최국 인도네시아가 스트라이커 밤방의 결승골로 바레인을 2-1로 꺾고 조 선두로 나섰다.

자카르타=정영재 기자

양팀 감독 회견

◆핌 베어벡 한국 대표팀 감독="이번에 사우디아라비아와 18년간 이어온 악연의 고리를 끊을 것이다. 우리는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10일 대표팀 숙소인 매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베어벡 감독은 "높은 기온과 습도 등 환경이 어려울 것이라고 선수들에게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국가를 위해 뛸 준비가 잘 돼 있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이 있다"고 말했다. 베어벡은 딕 아드보카트가 이끈 독일 월드컵 대표팀에서 코치로 두 차례 사우디를 만나 모두 졌다. 그는 "사우디는 체력이 뛰어나고 기술도 좋다. 그리고 우리보다 오랫동안 이 대회를 준비했다"며 "하지만 2005년 당시 팀과 지금 팀은 완전히 다르다.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이라며 사우디 징크스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베어벡은 "한국은 몇 명의 공격수를 쓸 것인가" "사우디의 약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스트라이커를 1명, 2명, 3명까지 쓸 수 있지만 지금 밝힐 수는 없다. 사우디의 약점도 다 파악했고, 선수들에게 되풀이해 주지시켰지만 여기서 말할 필요는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도스 앙구스 사우디 감독="한국은 언제나 위험한 팀이다. 과거 전적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선수들에게 개인보다는 팀을 중심으로 플레이하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선수 선발과 관련해 사우디 기자들과 앙구스 감독 간에 고성이 오갔다. 앙구스 감독은 "알몬타샤리를 뺀 것은 전술적 결정이었다"며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자카르타 =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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