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태권도연맹 회장 최원영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태권도 종주국으로 세계연맹과 본산이라 할 수 있는 국기원이 있는 한국에서 아시아연맹이라는 위치가 사실 모호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제 아시안 게임에서 태권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만큼 아시아 연맹의 역할도 분명해져 세계태권도무대에서 아시아가 차지해야할 위상정립을 위해 노력할 작정입니다.』
음악전문지인 월간 『객석』 그리고 『시사저널』 『TV저널』의 발행인이자 재단법인 예음 문화재단의 이사장으로 태권도와는 거리가 멀 것만 같은 선입관은 아시아 태권도연맹(WTF) 최원영(40) 회장의 첫마디에 지워졌다.
지난해 1월, 92년 아시아 연맹총회에서 평소의 사회적 역량을 인정받아 제5대 아시아연맹 회장으로 무투표 당선된 최 회장은 자신을 추대해준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곧바로 OCA회원국을 일일이 순방하기 시작했다.
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 태권도를 정식종목으로 채택하기 위한 기초작업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최 회장의 노력은 마침내 결실을 맺게되어 지난해 4월 일본의 히로시마에서 개최된 OCA총회에서 태권도는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 됐다.
최 회장은 이제야 비로소 할 일을 시작하게 됐다는 표정. 세계태권도 연맹산하에 있는 4개 지역 연맹중 하나인 아시아연맹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오세아니아까지 포함, 회원국만도 32개국에 달해 규모 면에서 우선 다른 지역연맹을 압도한다.
그럼에도 종주국이라는 입장 때문에 오히려 한국 내에서의 입지가 불편해 아시아선수권대회개최를 제외하면 마땅히 해야할 일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태권도를 관장하는 대한 태권도협회도, 그리고 세계태권도를 관장하는 세계연맹도 모두 서울에 있고 실질적으로 「그 사람이 그 사람」인 국내 태권도계에서 운신의 폭이 너무나 좁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연맹이 한국에 치우쳐서는 태권도 발전에 오히려 저해가 된다. 아시아지역을 대표하면서 세계태권도를 주도하는 지역연맹이 되기 위해서 한국이라는 차원을 떠나 아시아의 권익을 대표해야한다」는 최 회장의 생각은 아시아태권도인을 한곳에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최우선과제로 아시안 게임을 생각하게 했던 것.
최 회장은 사재로 서대문 옛 동양극장 건물 3층에 독자적인 사무실을 마련, 17일 개소식을 갖는 한편 정세구 서울대교수를 기술위원장으로, 그리고 탕 엥신 말레이시아 뉴스 트레이트 타임즈 기획실장을 상벌위원장으로 각각 선임하는 등 범 아시아적인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임명장을 수여함으로써 본격적인 아시아 태권도 중흥에 나섰다.
전문 경영인인 최 회장이 펼쳐낼 음악(서울대학원 기악학 석사)과 태권도의 조화가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 기대해본다. <김인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