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비난 클린턴 곤혹/「아이티 난민 입국허가」공약 번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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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5만명 몰려올 것 우려 해상봉쇄/인권단체·현지인들 “배신자”맹공
「클린턴은 배신자」「사람을 괴롭히는 도깨비」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최근 아이티 난민의 미국 입국 「불가」를 천명,국내외로부터의 비난으로 된서리를 맞고있다.
지난해말 대통령선거 당시 『아이티에 민주주의가 회복될 때까지 아이티인들의 피난을 받아들이겠다』고 공약한 클린턴대통령이 당선후 이를 번복하자 인권단체들과 아이티인들이 클린턴대통령을 『신의없는 사람』이라고 맹공하고 있고 단식투쟁까지 벌이고 있는 것이다.
아이티는 미국 동남쪽,쿠바와 도미니카·자메이카 사이에 있는 인구 약6백만명의 조그만 섬나라.
아이티인들은 최초의 민선대통령으로 당선된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대통령이 지난해 9월 군부쿠데타에 의해 권좌에서 축출된이래 극심한 정치적 혼란과 가난을 피해 대거 미국으로 탈출해왔다.
아이티인들은 집단으로 미 연안 마이애미를 향해 1천㎞나 되는 험한 뱃길을 베트남의 보트피플처럼 죽음도 불사하며 「엑서더스」를 감행했고,부시 전행정부는 2만7천명에 달하는 이들을 정치난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본국으로 강제송환했다.
아이티인들은 클린턴 당선후 그의 공약에 고무돼 1천여척의 작은 나무배를 만들어 약15만명이 도미를 계획,미국을 긴장시켰다.
이에 놀란 클린턴대통령은 『아이티인들이 해상사고로 떼죽음하기도 하는 것에 충격받았다』며 『이러한 위험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위해 난민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월리엄 카임 미 연안경비대 사령관도 『아이티난민들의 입국을 막기위해 17척의 연안경비정과 5척의 해군함정 및 10여대의 항공기가 아이티해역 공해상에 배치됐다』며 『이는 인도적 조치이지 봉쇄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클린턴대통령에 대한 맹공이 원색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아이티난민들은 「구세주」로 표현하던 클린턴을 아이티 말로 「마코트」,즉 「사람을 괴롭히는 도깨비」라고 비난하며 『클린턴은 거짓말쟁이고 배신자며 진정한 대통령이 아니다』고 맹비난하고 있다.
인권단체들도 『클린턴의 봉쇄정책 계승은 불법이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아이티인들이 바다에서 죽어가고 있다』고 거들고 있다.<정선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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