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화재 반출(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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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지역에는 한민족 5천년의 찬란한 역사를 일깨우는 문화재와 유물들이 수두룩하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7세기경 고구려 벽화고분인 강서3묘를 비롯해 동명왕릉·공민왕릉·덕흥리총같은 것들이 있고,성이나 문,혹은 탑 등 역사의 흐름을 되새기게 해주는 소중한 문화재들이 곳곳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 문화재와 유물을 토대로한 역사연구도 비교적 활발한 편이기는 하지만 그것도 역시 이른바 「혁명의 연구」보다는 뒷전에 처져 있다. 북한 박물관의 실상이 문화재나 유물의 가치에 대한 북한 정권의 입장과 태도를 한마디로 대변한다.
북한의 박물관들은 보통 혁명박물관·역사박물관·미술박물관·자연박물관 등으로 구분된다. 물론 이중 혁명박물관을 제외한다면 대개 역사와 문화에 관련된 것들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데도 혁명박물관이 최우선이며 다른 박물관들은 들러리처럼 대접받는게 상례다.
평양의 만수대 언덕위에 있는 조선혁명박물관을 비롯,보천보·신천·삼지연·왕재산 등의 혁명박물관에는 주로 김일성부자의 「해방투쟁」이나 반미사상을 고취하는 각종 자료들이 수집·전시되고 있다. 중앙박물관인 조선중앙박물관외에 원산·함흥·청진 등 각 지방에도 10여개의 종합역사박물관이 있기는 하지만 박물관의 기능으로서 조차도 혁명박물관의 그늘에 가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박물관은 관람하지 않을 자유가 있지만 혁명박물관은 의무적으로 관람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시민들은 물론 김일성부자를 비롯한 권력자들의 문화재나 유물에 대한 인식도 부족할 것은 당연하다. 한때는 고분들이 마구잡이로 파헤쳐져 국제적인 시선이 쏠리기도 했고 귀중한 문화재들이 중국·구소련 등지로 헐값에 밀반출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최근 김정일의 직접 지휘아래 「나라를 팔아먹는」행위에 다름아닌 북한의 골동품 밀수출이 자행되고 있다는 북경으로부터의 보도가 충격을 주고 있다. 일제때 약탈당해 세계 여러나라에 뿔뿔이 흩어져 되찾지 못하고 있는 우리 문화재가 아직도 한민족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는데 같은 피를 물려받은 한 사려깊지 못한 인물의 행위가 뒷세대의 한민족에 또 어떤 한을 남기게 될는지 안타깝다.<정규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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