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대 7개 구소… 여행때 주의를”(특파원 코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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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열차·비행기는 모스크바시간 기준… 자칫하면 낭패
구소련지역에서 여행이나 출장을 가는 사람들은 시간때문에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같이 시간대가 하나밖에 없는 조그마한 나라에서 태어나 서울이나 부산·광주 모두 똑같은 시간대 속에서 생활한 사람들에겐 7개나 되는 이 지역의 각각 다른 시간표가 쉽게 이해되지 않을 뿐더러 경우에 따라선 차를 놓치거나 약속을 못지키는 수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열차나 비행기 표에 기록된 시간은 모두 모스크바 시간으로 기록되어 있고 운행도 모스크바를 기준으로 해 실시된다.
하지만 기내식이나 식당칸의 운용은 현지시간에 맞춰 실시된다. 그러니 여기에 익숙치 않은 조그마만 나라 출신의 여행객은 당황하기 일쑤다.
예를들어 모스크바와 시차가 3시간정도 나는 동부 시베리아 지역에서 오후 3시로 기록된 표를 갖고 있는 사람은 그 지방시간 오후 3시가 아니라 모스크바 시간으로 오후 3시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
이렇게 시차가 나다 보니 재미있는 일들도 많이 일어난다.
89년 기자가 시베리아의 이르쿠츠크에서 당시 소련의 최대 명절중의 하나인 노동절을 맞았을때의 일이다. 이르쿠츠크시간으로 오전 10시에 시작된 현지 노동절행사가 다 끝난 후 호텔에 돌아와 점심을 먹을 무렵 TV에서는 모스크바 시간으로 오전 10시에 시작된 노동절행사를 자못 엄숙하게 생중계하고 있었다.
아직 전체주의 국가의 티를 벗어나지 못하던 시절의 행사라 모스크바의 행사와 이르쿠츠크의 행사는 장소와 규모의 차이가 조금 있을뿐 내용과 형식이 똑같았다.
심지어 모스크바 중앙TV 아나운서가 읽고 있는 원고와 이미 3시간전에 이르쿠츠크 지방TV 아나운서가 읽은 원고의 내용이 거의 똑같을 정도였다.
이 모든 것이 시간대가 7개나 되는 광활한 국토의 크기에서 비롯된 현상인 것이다. 그래서 구소련 지방의 TV·라디오는 시간을 알려줄땐 반드시 모스코프스코에 브레미야(모스크바 시간)를 먼저 말해주고 그 다음에 지방시간을 알려준다.
따라서 시차가 있는 지역에서 열차나 비행기를 이용할 경우엔 반드시 돌아갈 티킷에 기록된 시간이 현지 시간으로 몇시인지를 확인해야지 그렇지 않을 경우엔 기차표나 비행기 표를 돈만 있다고 해 쉽게 살 수 없는 이 지역의 특성에 의해 일정에 큰 낭패를 보게 된다.
그런데 독립국가연합으로 소련이 재편된후인 요즘엔 여기에 한가지 더 복잡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각각의 공화국들이 독립의 의미를 강조하기 시작하면서 자국에서 발행된 표에는 모두 자국의 시간을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다.
때문에 아직 모스크바 시간을 기준으로 활용하는 러시아의 지방공화국을 여행할때와 외국이 돼버린 독립국가연합을 여행할때엔 더욱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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