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급등 언제까지…/눈덩이 무역흑자로 가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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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백20엔대 흔들… 미 요구도 한몫/“인위적 조정은 부작용만” 지적도
일본 엔화가치가 급격히 오르고 있다. 12일 동경외환시장에서 엔화는 한때 미국달러에 대해 달러당 1백20·5엔까지 올랐다. 이에 앞서 11일 뉴욕외환시장에서는 달러당 1백19엔까지 치솟았다. 달러뿐 아니라 독일 마르크,영국 파운드 등에 대해서도 오르고 있다.
엔화가 오르는 근본 이유는 일본의 엄청난 무역흑자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의 무역흑자는 1천1백76억달러나 돼 세계각국으로부터 무혁흑자 축소 압력을 받고 있다. 불황에 허덕이는 유럽각국은 일본에 대해 무역흑자 축소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미국도 11일 빌 클린턴대통령­와타나베 미치오(도변미지웅) 외상회담에서 일본에 시장개방을 통한 무역흑자 축소를 요구하는 등 일본의 무역흑자축소는 전세계적으로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엔고의 직접적인 계기는 미국 유력인사의 잇따른 엔화가치 절상요구발언과 오는 27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회의에서 엔고합의가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추측 때문이다.
클린턴정권에 영향력이 있는 프레드 버그스텐 미 국제경제연구소(IIE)소장은 지난 9일 교토(경도)에서 가진 한 강연에서 엔고정책유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발언이 있자 엔화는 달러당 1백24엔대에서 1백20엔대로 껑충 뛰어올랐다. 일본에 이어 한국을 방문한 버그스텐소장은 서울에서도 11일 일본의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엔화를 현재 수준보다 15∼20%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엔화는 뉴욕외환시장에 이어 동경 외환시장에서도 12일 1백20엔대가 무너지기 직전까지 치솟았다. 이에 당황한 하야시 요시로(임의랑)대장상이 『완만한 엔고경향은 바람직하나 인위적으로 엔고를 조작할 필요는 없다』는 발언을 한후 일단 급격한 엔고추세는 진정기미를 보였다. 한때 달러당 1백20.5엔까지 올랐던 엔화는 1백20.45엔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0월이후 4개월만의 최고시세다. 일본의 은행·기업·연구소 등 외환관련 전문가들은 내주중 달러당 1백20엔대가 무너질 것으로 예측했다.
엔고에 대해 일본의 반응은 두가지로 엇갈리고 있다.
『장기적인 엔고경향은 용인할 수 있으나 급격한 엔고는 가뜩이나 불황인 일본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다』고 경계의 소리가 높다. 또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급격한 엔고가 일본의 기업심리를 냉각시켜 수입을 줄이는 바람에 무역흑자를 오히려 확대할 우려가 있다』며 엔고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주장은 무역흑자 축소를 위해선 일본의 내수확대와 시장개방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반면 아사히(조일)신문은 사설을 통해 『무역흑자로 엔고기조는 변할 수 없다. 일본정부와 기업은 이같은 엔고를 수출입가격에 솔직히 반영,수입물가를 내려 내수확대를 도모하는 한편 수출은 시장확대보다는 이익우선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며 엔고를 지지했다. 엔고를 경기회복의 계기로 활용하라는 주장이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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