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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비엔날레 예술감독 '가짜 예일대 박사' 의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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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내 최대 미술행사 중 하나인 '2007 광주 비엔날레'에 공동 예술감독으로 선정된 유명 큐레이터가 학력을 위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동국대 관계자는 8일 "교양교육원 소속 신정아(35.여) 교수가 조교수로 임용되는 과정에서 학력을 위조하고 가짜 학위 논문을 꾸며 제출했다는 증거가 제시돼 진위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동국대에 따르면 신씨는 2005년 9월 조교수로 임용될 때 학교에 낸 자료와 올해 광주 비엔날레 사무국에 제출한 이력서에 2005년 예일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고 적었다. 그러나 예일대 미술사학과 홈페이지에 게시된 박사 학위 취득자 명단에는 신씨의 이름이 없다고 한다. 한국학술진흥재단에도 신씨의 박사 학위는 신고돼 있지 않았다. 예일대 미술사학과는 한국의 한 미대 교수가 보낸 질의에 대한 답변 e-메일을 통해 '2000년 이후 졸업한 한국 학생은 2004년 졸업한 장진성(현 서울대 교수)뿐'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임용 당시 동국대에 제출한 학위 논문도 외국 학자의 논문을 거의 그대로 베낀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신씨는 그해 예일대에서 프랑스 평론가 기욤 아폴리네르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논문이 1981년 버지니아대 사말타노우 치아크라가 기욤에 대해 쓴 논문과 제목.목차.서문이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것이다. 신씨의 논문을 검토한 한 미대 교수는 "인용한 그림과 인용 색인, 각주 번호는 물론 예일대에서 쓰지 않는 인용구 처리 방식까지 같았다"고 말했다.

현재 프랑스에 출장 중인 신씨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내 학위가 거짓이었으면 임용 당시 확인됐을 것"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표절 논란에 대해서도 "(81년 논문과) 앞부분 30장 정도가 비슷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여러 지인의 도움을 받아 논문을 작성했고, 그에 대해 논문에서도 밝혔다"고 주장했다.

신씨는 지난해 '존 버닝햄 40주년 기념전'과 '한.불 120주년 기념 알랭 플래셔', 올해 '윌리엄 웨그만' 전시회를 기획해 주목받아 온 큐레이터로 5일 광주 비엔날레 예술감독에 선정됐다.

권호.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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